2%대의 영풍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머스트자산운용이 영풍 측에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과 함께 유통주식 물량 확대를 위한 무상증자 또는 액면분할을 요구했다. 현재 영풍의 주주정책이 고려아연에 요구한 '자사주 소각' 주장에 모순되는 데다, 회사의 주식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 돼 있다며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청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특히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올 경우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주주행동주의를 본격화 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제시한 답변 기일은 오는 29일까지다.
머스트자산운용은 25일 '영풍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제언'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현재 영풍은 시가총액이 7110억원으로 실질 순자산 가치 약 5조원의 약 0.14배에 거래되고 있다. 주요자산은 고려아연 지분 3조5000억원, 빌딩 등 투자부동산 1조원"이라며 "이러한 최하위 평가에는 영풍의 기업 거버넌스와 주주정책에 대한 자본시장의 큰 실망감이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 9월27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각 목적이 아닌 자사주는 취득하면 안된다. 그게 주주를 위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며 "하지만 영풍이 지난 10년 이상 소각하지 않고 지속 보유중인 6.62%의 자사주를 보며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풍이 자사주를 보유중 임을 잊었거나 상장사로서 소액주주들이 있음을 잊은 것이 아니라면 발생할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라며 "영풍이 왜 한국에서 청산가치 대비 가장 싸게 거래되는 지를 이해하게 된 매우 참혹한 순간이었다"고 꼬집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MBK와 영풍이 공시한 고려아연 신규 임원 후보 명단을 보며 한번 더 같은 감정을 느꼈다"며 "영풍에게 스스로의 말씀을 지켜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고 소각하는 것에 대한 정관 조항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상증자도 요구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영풍은 유통주식수가 많지 않고 거래량이 적어 소액주주들의 거래에 불편함이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 측은 어떠한 정책적 배려도 없었다. 주당 순자산은 200만원을 초과해 주가순자산비율(PBR) 0.5로만 거래되도 주당 100만원이 넘는다. 현재 국내 시총 5000억원 이상 상장사 중 주당 100만원이 넘는 기업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1000%의 무상증자 혹은 10분의1 액면분할을 통해 이를 완화하는 것은 필수적인 주주 배려 정책"이라며 "회사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편한 이사회결의로서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무상증자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또 "영풍의 기업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MBK와 맺은 경영협력계약 일 것"이라며 "고려아연 이벤트가 일단락되기 이전에 경영협력계약 오픈은 요청하지 않겠지만 주주들에게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몇 가지만 답변 부탁해 달라"며 영풍이 능동적 권리로서 갖고 있는 풋옵션에 대해 질문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옵션대상주식의 수는 영풍 보유주식의 약 60%가 맞는지"와 "풋옵션행사 가능시점이 오면 즉시 풋옵션을 행사해 약 2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 경영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풋옵션 행사 가능일이 도달하면 즉시 풋옵션을 행사할 계획인지" 각각 질의했다.
또 "풋옵션 계약은 영풍과 장형진 고문 두 주주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옵션가능주식수 중 누구가 얼마나 행사할 수 있도록 그 권리를 할당할 지는 영풍이 정하는 것으로 공시가 돼 있다"며 "선택 권리를 가진 영풍은 영풍과 장형진 두 주주간 지분 비율대로 할당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며 풋옵션 행사 시점에 이와 같이 할당비율을 결정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영풍이 보유한 투자부동산의 자산재평가도 요구했다. 머스트자산은 "영풍은 서울 중심부에 알짜 빌딩 두 곳을 비롯한 여러 부동산을 소유 중으로 회사의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상당한 오랜기간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고 있어 그 실질가치가 장부가치로서 반영돼 있지 못하다"며 이 같이 요청했다.
이 외에도 "고려아연 지분 풋옵션 행사를 통해 현재 시가총액의 2~3배에 달하는 현금이 유입되는 경우에 그 현금 자산에 대한 활용 계획도 설명 부탁린다"며 "회사의 자산이 전체 주주를 위해 경영될 계획임을 발표한다면 한국 시장의 가장 낮은 평가 또한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이러한 공개 요청과 질의에 대해 "여러 차례의 비공개 레터와 미팅을 통해 영풍 회사 측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소통을 드린 내용"이라며 "실질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고 어려움을 느껴 공개적으로 한번 더 말씀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개적인 요청에 대한 답변에서도 실질적인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함이 없는 형식적인 답변인 경우, 한국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영풍의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강성두(왼쪽부터)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9월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