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하시는 어머니에게 요리와 식재료를 배웠고, 아버지가 사냥하신 새로 만든 요리를 먹고 자랐다. 20대에는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고, 한국에 돌아와 제철 식재료로 만든 반찬가게를 운영했다. 그는 최근 종영한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흑백요리사'에서 흑수저 '반찬셰프'로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흑백요리사'에서 흑수저 '반찬셰프' 명찰을 달고 경연을 펼치며 대중에 얼굴을 알린 송하슬람(35) 마마리마켓 대표의 이야기다.
송하슬람 대표는 흑백요리사 1라운드 때부터 심사위원으로 나선 미쉐린 3스타 안성재 셰프로부터 '대중들은 모르는 디테일이 살아있다'라는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았던 이다. 당시 그는 무나물·냉이·더덕 나물, 섬초·겨울 시금치를 넣은 삼치조림, 황태채 강정, 들깨 미역국, 서리태 잡곡밥을 정갈하게 차려냈다.
흑백요리사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11월 초입, 그의 요리 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여의도 IFC몰 내 마마리다이닝을 찾았다. 이날 흑수저 유니폼을 입은 그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스페인의 고급 다이닝 주방에서 일하던 셰프가 왜 반찬가게를 열었을까'였다.
그와 한시간 남짓 얘기를 나누며 그 의문점에 대한 답은 한 마디로 요약됐다. 그 답은 송하슬람 대표 안에 깊이 자리한 '한식 DNA'다.
요리에 대한 꿈을 처음 키우게 한 건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한식이었다. 그는 충북 옥천에서 식당을 하는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요리와 식재료를 익혔다. 음식과 사냥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새를 잡아 만들어 주신 요리를 먹고 자랐고, 10대엔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해 요리 탐구에 빠져지냈다. 20대 시절은 스페인의 미쉐린 파인 다이닝에서 경험을 쌓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제철 식재료로 만든 반찬을 선보이는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송하슬람 대표는 "제가 초등학교때 3학년이었을 때부터 어머니가 식당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요리에 대한 꿈을 키웠던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한식을 하려고 생각을 했었다. 파인다이닝에 대한 로망을 갖고 떠난 스페인에서도 한식당을 차렸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페인에서 수배로아, 라팔로마 등 미쉐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직원 식사인 '스태프 밀'을 차릴 때면 저는 한식을 만들었다"라며 "K-푸드가 지금처럼 인정받던 때가 아니었는데 간장 베이스의 닭갈비, 설렁탕, 김치전을 내놨을 때 반응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3년간의 스페인 생활을 접고, 2013년 한국으로 온 그는 무명식당 R&D팀·주방 총괄로 활약했다. 지금의 '반찬셰프'를 있게 한 반찬가게를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마마리마켓'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것은 2020년인데, 어머니의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엄마'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마'에 엄마의 성인 '이(리)'를 붙여 '마마리 마켓'이라고 했다
송하슬람 대표는 "다이닝은 농장 직거래로 좋은 재료를 선점하기도 하는데, 그런 식재료들을 반찬가게를 통해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초점을 둔 것은 나물이었다. 특히 그는 고급 다이닝에서만 소비되고 대중에겐 전달되지 못하는 좋은 식재료들을 반찬으로 끌어오고 싶었다.
송하슬람 대표는 "제가 스페인에서 있던 곳이 산세바스티안이라는 지역인데, 인구밀도 당 가장 많은 미쉐린 식당이 있는 곳이었다"면서 "그곳 사람들은 3~5유로 가격, 우리 돈으로 5000~6000원 돈에 푸아그라가 들어간 타파스, 분자요리처럼 여러 기법을 쓴 요리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타파스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반찬이란 것도 일종의 '한접시 요리'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수비드(저온조리) 등 제가 배워왔던 것을 반찬이라는 카테고리로 가져와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면서 "계절마다 나오는 식재료를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물을 활용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익숙한 식재료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송하슬람 대표는 "데쳐서 먹는 시금치를 외국에선 샐러드에 생으로 넣어 먹듯, 익숙한 식재료를 이렇게 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다이닝이 아니라 반찬가게에 말이다"라며 "우리 레시피에 한 포인트씩 이런 요소들을 넣고 있다. 이를 접한 고객들이 집에서 응용해 보실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도 혼란기가 있었다. 흑백요리사 출연을 결심할 당시가 그랬다. 본인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그는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나는 세프인가, 대표인가'하는 고민도 커졌었다"면서 "어느 순간 직원들에게 어떤 음식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이들보다 주방에서 밖으로 나와 있는 내가 지적하는 것이 이들에게 제대로 와닿을까, 납득이 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에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친구들한테도 좀 더 떳떳할 수 있는 것도 얻었고 '아직도 나는 음식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스스로도 깨닫게 됐다"면서 "내가 '셰프'로 불리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나를 대표라고 불러달라'고 얘기하고 다녔었는데, 흑백요리사출연을 계기로 대표보다 셰프라는 호칭이 맞다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됐다"고 얘기했다.
흑백요리사와 출연과 함께 초심을 찾은 그는 직원들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는 방법을 찾고 있다. 마마리마켓에 이어 식당인 '마마리 다이닝', 반찬펍 '마마리펍' 등을 연 것도 그 일환이다.
송하슬람 대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철 식재료로 만든 마마리마켓의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로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다. 올해 7월부터 미국 식자재 구매앱 '울라티'에 입점해 한인 교포 사회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선 컬리에서 들깨미역국 등 국·탕 위주로 HMR(가정간편식)을 판매 중인데 내년에는 반찬류, 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 이외 지역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열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늘 새로운 레시피를 추구하는 송하슬람 대표지만, 어린시절로 돌아가 다시 만들고 싶은 음식이 하나 있다고 했다. 바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 직접 만들어 드렸던 도너츠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마트에서 도넛 믹스를 사다가 서투른 솜씨로 아버지께 도너츠를 만들어 드린 적이 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날이었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잘못 튀겨져 맛도 없었을 텐데, 맛있게 드셔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다시 그 때로 돌아가서 아니, 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오신다면, 훨씬 맛있게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때 그게 참 맛없었을 거라 죄송하다는 생각이 살면서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한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아들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시던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은 그에게 보다 좋은 음식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자, 그를 초심으로 돌려놓는 마법이다. '반찬셰프' 송하슬람 대표의 음식, 요리를 타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본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