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이 한 달여 남은 시점까지 과세 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과세 대상인 투자자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업계 모두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자의 경우 당장 내년 과세 시행 여부에 따라 해외 거래소 이용 등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가 가상자산 과세 관련 법안 등 남은 쟁점 사안들을 놓고 논의한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한 안을 조세소위 논의를 거쳐 26일 기재위 전체회의에 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날 합의 여부에 따라 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남아있다.
당장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소득세법에는 1년간 가상자산 양도나 대여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지방세 포함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해당 내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담았지만, 법안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특히 야당이 현재 과세 방안을 밀어붙일 경우 이를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이어 가상자산 소득 과세도 정쟁으로 번지면서 투자자와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행이든 유예든 우선 결정부터 해줬으면 좋겠다"며 "실제 과세를 위해서는 과세당국이나 금융당국이 현재 소득세법에 포함된 내용 외 더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줘야 하는데, 시행 여부조차 결론이 나지 않으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재 법으로 정한 내용 외 가상자산의 취득 경로에 따른 취득가액, 거래소마다 다른 가상자산 가격의 과세 기준 등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금투세 폐지로 인한 일반 투자자산과의 형평성 문제와 개인간 및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내역 확보 어려움으로 인한 차별 과세 등도 숙제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받은 이익에 과세하려면 손실은 빼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손실보던 사람이 내년에 이익을 본다고 해서 당장 과세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날뿐 아니라 과거 손실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개인간 거래는 거래내역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이용자간 과세 형평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미 가상자산 과세가 포함된 법안이 통과된지 5년이 지난 시점까지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업계와 당국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미 두 차례나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유예된 법안을 또 한번 같은 이유로 과세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항상 시행 시점이 다가왔을 때만 토론이나 논의를 하고, 유예를 결정한 뒤에는 다시 관심에서 멀어진다"며 "이렇게 또 한번 2년 유예한 뒤 2027년에는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란 보장은 있는지, 그때 가서 또 유예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업계와 당국, 국회는 무얼 했는지 묻고 싶다"며 "가상자산과 과세 관련 법안 전문가라고 칭했던 모두가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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