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코스닥 73개 기업 중 24곳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13개 기업 중 미추진 기업이 3곳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금감원이 선정한 7개 테마업종은 인공지능과 로봇, 가상화폐, 메타버스, 신재생에너지, 코로나다. 기업들은 기존 사업과 무관하게 유행에 따라 해당 업종을 신사업으로 선정했다.
기업이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경우 사업 개요와 추진현황, 계획, 미추진 시 사유를 기재해야 하는데, 사업목적에 신사업을 추가한 3곳 중 1곳은 실제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특히 11개사는 미추진 사유 기재를 적지 않았고, 검토 중이나 경영환경 변화를 핑계삼은 곳도 9곳에 달했다. 이들 기업 중 절반은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폐사유가 발생한 곳도 9곳에 달했다.
신사업 공시로 주가를 급등시킨 뒤 불공정거래에 활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진행되지 않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거짓 공시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급조해 유상증자 제3자 배정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허위·과장 공시가 코스닥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장기투자 부재, 투자자금 유입 제한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성적표가 좋지 않은 지수가 됐다는 것이다.
인베스팅닷컴이 선정한 전 세계 32개국 43개 주요 증시지수 가운데 코스닥 지수의 올해 성적표는 전쟁 중인 러시아 RTSI 다음으로 낮았다. 최근 1년과 3년 성적표 역시 코스닥 수익률은 마이너스(-) 14.32%, 30.58%로 러시아 증시지수만 간신히 제쳤다.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허위공시 등을 통해 투자자를 기만하고,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거래를 일삼고 있지만 여전히 공시규정 등이 코스피에 비해 엄격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에 주의를 당부했지만, 허위나 과장공시의 투자자가 경우 공시내용을 직접 검증하기 어려워 믿고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국과 기업, 투자자 모두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코스닥 기업들이 공시나 투자자 보호 관련 규정을 위반했을 때의 법적 리스크에 대해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코스닥 기업에 대한 기준을 코스피와 동일한 수준으로 강화하려 하면 코스닥 기업들은 비용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오히려 완화해달라는 주장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이 우선순위를 코스닥 기업과 투자자 중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한데 투자자 보호에 조금 더 방점을 두는 게 합리적"이라며 "불공정거래 행위 등에 대해 처벌과 기업의 의무를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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