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ICT과학부 부장
![[현장칼럼] 기술산업화, 출연연 `치트키` 될까](http://contents.dt.co.kr/images/202411/2024112602102269731001[1].jpg "[현장칼럼] 기술산업화, 출연연 `치트키` 될까")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정부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기술산업화'를 주문한 데 대한 출연연 연구자의 불만 섞인 푸념이다. 그동안 출연연은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하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출연연을 못마땅해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은 '출연연은 성과 없는 조직'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마구 쏘아대곤 한다.
지난 8월 취임한 대학교수 출신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출연연을 향한 가시돋친 지적을 익히 들어 왔을 것이고, 같은 과학 생태계에 있으면서 누구보다 잘 알 법도 하다. 출연연이 과거의 명성처럼 대형 연구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규모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국가와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혁신적 연구성과 창출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실제, 2023년 기준 출연연의 기술이전 계약건수는 1948건에 달했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기술료 수입은 12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5년 간 기술료 수입만을 보면 1100억원∼120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유 장관은 "출연연 1년 전체 예산이 5조원 정도 되는데, 기술이전 성과는 2000억원 수준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거의 바닥 수준의 기술사업화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서일까. 유 장관은 취임 이후 출연연의 '기술산업화 활성화'를 여러 차례 독려하며, 앞으로 강하게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을 내비쳤다. 단어도 기존에 통용되던 기술사업화 대신 광의의 개념인 '기술산업화'를 꺼내 들었다. 출연연의 연구개발 성과를 경제적 부가가치로 창출하는 기술사업화를 넘어 기술을 통해 신산업을 만들고, 기존 산업을 혁신하자는 게 기술산업화의 골자인 듯 하다.
현장 행보도 기술산업화에 맞춰 진행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출연연 기술산업화'를 과기정통부의 역점 정책으로 수차례 언급했고, 출연연 기술산업화를 지원하는 전문기관을 비롯해 출연연 기술산업화 담당자들과 연이어 간담회도 가졌다.
더 나아가 지난 15일 열린 '윤석열 정부 과학기술·디지털 분야 성과 및 향후 계획' 발표 자리에서 유 장관은 "기술사업화 생태계 만드는 일에 장관직을 한번 걸어볼까"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장관이 소위 기술산업화에 꽂혀 있자, 과기정통부도 빠르게 움직였다. 기술사업화 담당 조직으로 '연구성과확산촉진과'를 장관 직속으로 두고 과장급 인사발령까지 속전속결로 마쳐 내부적으로 기술산업화 체제를 갖췄다. 유 장관은 과기정통부가 기술산업화 전담부처를 맡아 내년에 '대한민국 기술산업화 전략'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정작, 기술산업화에 대해 출연연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번 정부도 다른 정부와 마찬가지로 "출연연 흔들리기에 나서는 모양이네"라며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돌이켜 보면 MB 정부 때는 출연연에 중소기업 지원을, 박근혜 정부 때는 실체 없는 '창조경제' 실현을, 문재인 정부 때는 '4차 산업혁명'을, 매 정권마다 출연연에 주문하는 게 모두 달랐다. 윤석열 정부 역시 출연연에 기술산업화 숙제를 던졌다. 출연연들은 벌써부터 피로감을 호소한다.
출연연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이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회의비 중 식비 사용 제한 등 마이크로 규제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져 연구자들을 옥죄고, 2년 주기 기관평가를 1년으로 앞당겨 정부의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데 불쾌감을 얘기한다.
출연연 기술산업화가 성과를 거두려면 톱다운 방식의 정책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출연연에 똑같이 기술산업화를 하라고 일률적으로 강요해서도 안 된다. 연구자를 대상으로 동기 부여와 공감대 형성, 정비해야 할 규제 및 규정, 연구성과를 산업화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성숙도(TRL)를 높이는 스케일업 방안, 기술 가치평가 및 기술거래 협상 역량, 합리적·공정한 보상체계 확립 등 디테일하게 손봐야 할 게 수두룩하다. 과연, 기술산업화가 출연연의 치트키가 될 수 있을까.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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