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의 영풍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머스트자산운용이 영풍을 향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함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영풍은 특히 주주정책과 관련해 고려아연에 강력히 문제를 삼아왔다는 점에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머스트운용은 가치투자를 표방하고 있으며, 최근 수년간 우수한 수익률을 내고 있는 만큼 영풍에 대한 요구사항에 신뢰가 높다는 평이 나온다. 머스트운용은 영풍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주주행동을 본격 개시할 것을 암시했다.
◇영풍, 자사주·배당에 거버넌스까지 '역풍'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은 올 6월말 기준 보유자사주가 12만1906주를 보유해 전체 발행 주식의 6.62%를 들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2.4%(공개매수 취득 지분 제외)에 대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 마땅히 소각돼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보유한 자사주 비중이 더 높은 상황이다.
머스트운용은 전날 입장문에서 "영풍이 지난 10년 이상 소각하지 않고 지속 보유중인 6.62%의 자사주를 보며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영풍이 자사주를 보유중 임을 잊었거나 상장사로서 소액주주들이 있음을 잊은 것이 아니라면 발생할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초에도 배당을 놓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고려아연이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서 배당금을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분기배당 포함시 총 1만5000원을 결정하자, 영풍은 "작년 수준의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며 주주제안을 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작년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금액(4027억원)은 오히려 늘었다. 고려아연의 작년 연간 배당금액은 3027억원,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57%,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다.
이에 반해 영풍은 배당총액은 수년째 연 172억원에 그친다. 특히 배당재원의 잣대가 되는 이익잉여금은 작년말 기준 고려아연이 7조8000억원, 영풍은 3조8000억원으루 두 배가량 차이가 나지만 주주환원 금액(배당+자사주 매입·소각)은 23배가량 벌어진다.
거버넌스 문제도 비슷하다.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공개매수의 명분 중 하나가 거버넌스 개선으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독단 경영에 문제를 삼고 있다. 하지만 머스트운용은 "MBK와 영풍이 공시한 고려아연 신규 임원 후보 명단을 보며 한번 더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꼬집었다. 여기서 말한 '감정'이란 "영풍이 왜 한국에서 청산가치 대비 가장 싸게 거래되는 지를 이해하게 된 매우 참혹한 순간"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전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영풍·MBK가 제안한 신규 이사 중 일부 사외이사가 상법상 결격사유가 있다고 전했다.
◇'고수익' 명분 갖춘 머스트운용…주주로 고려아연에 '손'
머스트운용을 포함한 이러한 시장의 지적은 추후 이사회 구성을 놓고 벌일 표 대결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올 3월 배당금을 놓고 벌인 표 대결에서 '배당금 상향'에 표를 던지는 것을 일반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은 90.3%의 높은 참석률을 보였고, 참석 주주의 61.4%가 고려아연이 제시한 원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영풍 측 의결권이 주주 참석율 환원시 36%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고려아연이 압승을 거둔 셈이다. 국민연금 역시 고려아연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머스트운용은 높은 펀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신뢰도를 높인다. 머스트운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익률은 대표 펀드인 1호펀드가 가장 낮은 51.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그 외 펀드들은 모두 그 이상이 수익률을 냈다. 이 기간 코스피(5.4%), 코스닥 (-3.0%), S&P(14.5%) 등의 시장 지표를 감안하면 우수한 성과다.
머스트운용은 작년에도 3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모든 펀드가 2022년 12월 대비 2배 이상의 수익을 내, 이번 영풍에 대한 주주행동에도 명분이 선다.
머스트운용은 영풍에 대한 답변 기일을 오는 29일로 정했다. 머스트운용은 "공개적인 요청에 대한 답변에서도 실질적인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함이 없는 형식적인 답변인 경우, 한국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영풍의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풍은 전날과 이날 자료를 내고 "추천 사외이사들 중 해당되는 후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또 "고려아연의 주주환원 최대 수혜자는 '영풍'이 아닌 '최씨 일가'로 배당금 등으로 수천억원을 챙겼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심문기일을 이틀 앞두고 고려아연이 이사회 심의를 진행한 것은 그 시점과 의도에 의구심이 간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심문기일은 오는 27일 오후로 예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