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Space Artlit (스페이스 아트릿) 초대전
20년 만에 컴백…모노프린트 기법 31편 회화작품 전시
20년 만에 컴백…모노프린트 기법 31편 회화작품 전시
박 작가는 지난 15일부터 내달 31일까지 파주에 위치한 스페이스 아트릿 갤러리에서 '겹쳐진 시간들'이란 타이틀을 걸고 개인전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박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 대학원에서 도자기를 전공했다.1970년대 초 대학시절 2인조 여성 듀엣 '현경과 영애'로 활동하며 '그리워라','아름다운사람', '참 예쁘네요' 등 그야말로 주옥같은 곡들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었다. 그런 그녀가 음악과 그림을 넘나드는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거쳐 '겹쳐진 시간들' 전시로 미술세계로 돌아왔다.
20여 년 만에 판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여정을 재개한 박영애는 이번 개인전 <겹쳐진 시간들>을 통해 그동안의 삶과 예술적 통찰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감각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작업으로, 박영애가 목판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사용하여 복잡한 감정선과 시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겹쳐진 시간들'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전시에서 판화가 단순한 이미지를 찍어내는 방식이 아닌, 시간과 기억의 중첩을 통해 우리에게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박영애의 판화에서는 '시간'이라는 무형의 개념이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겹쳐진 시간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전시는 시간의 흐름이 겹치고, 스며드는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밝음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던 사물과 지각의 프로세스가 어둠 속에서는 실감나게 드러난다. 어둠 속에 머금고 있던 밝은 시간의 이미지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어둠 속에서 과거의 밝은 순간들이 다시 떠오르고, 그 이미지들이 더 뚜렷하게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점들을 판화의 작업 과정에서 형성되는 반복적이고 변화하는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다는 것은 실은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이미지를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처럼, 박영애는 판화 작업에서 한 번 찍고, 두 번 찍고, 세 번 찍는 과정을 통해 시간이 겹쳐지는 방식을 이미지로 변환시킨다.
그녀는 판화가 "시간을 거듭 찍어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하며, 판화의 반복적인 특성이 시간의 흐름과 어떻게 맞닿는지 탐구한다.
판화의 색상들이 종이 위에 중첩되는 과정은 마치 어두운 밤 속에서 밝은 빛을 모아 현재로 가져오는 작업과 닮았다. 이처럼 박영애는 시간과 기억을 물리적으로 재현하는 판화의 특성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형되는 사물과 그 지각을 보여준다.
박 작가는 전통적인 목판화 기법에서 벗어나 '모노프린트(monoprint)'라는 기법을 판화에 채택하고 있다. 모노프린트는 하나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찍되 매번 미세하게 달라지는 특성을 지닌 기법으로, 작업할 때마다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박영애는 이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데 있어 변화와 변형의 과정을 강조한다. 이 과정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작용하면서도, 그 자체로 일반적인 목판화와는 구별되는 회화적 매력을 지닌다.
박 작가는 이 기법을 통해, 판화 작업이단순히 이미지를 찍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변형되고 흐르는 시간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찍을 때마다 결과가 다른 것이 판화로선 단점이지만, 그 점이 모노프린팅의 큰 매력으로 이 불확실성에서 발견되는 미적 가치를 작품으로 끌어내고 있다. 시간차를 두고 찍은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중첩되는 방식으로, 하나의 작품에서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박영애는 디지털 드로잉에서 아날로그 판화로의 전환을 겪었다. 인스타그램에 아이패드로 디지털 드로잉을 게시하던 그녀는 뜻밖의 아날로그 전시 기회를 얻었다.
박 작가는 판화 작업을 통해 우리에게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연소연기자 dtys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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