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원내대표는 2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김 여사 특검법 거부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총 스물다섯 번째 거부권, 김건희 특검법만 세 번째 거부권"이라며 "4·19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 이승만 이후 최다, 최악의 기록으로 이승만을 그리도 칭송하더니 결국 이승만 비참한 전철을 밟을 생각이냐"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김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 안건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9일까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뻔뻔하고 가증스럽다"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특검을 위헌이라고 주장할 자격이나 있냐"며 "양심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수사를 받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인내심은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70%가 김 여사 특검을 촉구하고 있고 수십만 명의 국민이 한 달 넘게 '김건희를 특검하라'고 외치고 있다"며 "범죄 수사를 방해하는 대통령과 범죄를 비호하는 여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활화산처럼 폭발한다"고 했다.
동시에 박 원내대표는 여당 흔들기에도 집중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도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겠냐"며 "특검 거부는 정권에 대한 전면 거부로 이어질 것이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전체 보수세력의 궤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위기, 헌법 유린의 위기 앞에서 국민은 굴하지 않고 싸울 것이고 민주당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김 여사 특검에 협조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유일한 살길"이라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특검법 공세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한다면) 부인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악용한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도 "특검법 재의결 때 반대표를 던진다면 정권과 함께 몰락할 것"이라며 "한동훈 대표는 보수 세력 궤멸을 자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당초 예정했던 28일보다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의 이탈표를 끌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은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여당 내홍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재표결 시점을 늦추면 이탈표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라면서도 "당원게시판 문제로 여권 내부 분열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조직적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는 상설특검 후보 추천 시 여당을 배제하는 내용의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은 예정대로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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