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결의 사항에 대해 중립 입장을 냈다. 6.04%를 보유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이 중립을 선언하면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더 중요해졌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이 제안한 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이사 선임과, 이사회 정원을 최대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중립'으로 행사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보유한 의결권을 나머지 주주의 찬반 비율에 맞춰 나눠서 행사하게 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 측 5명, 송 회장과 임 부회장, 개인 최대 주주인 신 회장의 3자 연합 측 4명으로 구성돼있다.
3자 연합은 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해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려 6대 5로 늘리려고 한다. 이에 맞서 형제 측은 이를 부결시키려 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연금이 중립을 선언하면서 소액주주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소액주주 지분율은 23.25%다.
현재 3자 연합은 우호 지분까지 포함해 33.78%로, 개편에 반대하는 형제 측의 25.62%보다 앞서 있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3자 연합 손을 들어준 가현문화재단(5.02%)과 임성기재단(3.07%)이 계속 우군 역할을 할 경우 3자 연합의 우호지분은 41.87%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일부 친인척과 소액주주들이 3자 연합을 지지하면 우호지분이 절반을 넘어선다. 그렇게 되면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는 일반결의 안건인 3자연합 측 이사 추가 선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안인 이사회 정원 확대안은 통과될 지 미지수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기관인 서스틴베스트 등은 한미사이언스 정관변경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상태다. 특별결의 안건이 부결되면 이사회 정원이 10명으로 유지되고 선임 가능한 이사가 공석 상태인 1명으로 제한된다. 현재 5(형제 측)대 4(3자 연합)인 이사회 구도가 5대 5로 같아지고 이사회의 주요 경영 사항 결정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형제 측은 이사회가 5대5 동수로 재편되더라도 임종훈 대표 체제가 2027년까지 계속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 대표는 2027년 이전까지 3자 연합측 이사진 임기 만료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대표측의 이사 기용을 노려 '경영권 장악 기간'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갈등 상황이 장기화되고, 고소·고발 등으로 치달은 공방이 더 격화될 수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6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종훈 대표를 고소하고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도 했다. 한미약품은 고소장에서 임 대표가 임직원을 동원해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의 재무회계, 인사, 전산업무 등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별개 법인인 대표이사 업무 집행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측은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최대주주 및 한미그룹의 지주사로서, 한미약품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과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협의 없이 인사를 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한미약품이 홍보팀을 동원해, 지주사가 한미약품의 경영을 방해하는 것처럼 언론을 통해 알리면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자회사인 한미약품 임직원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시켰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한미약품 홍보팀은 그동안 수행했던 그룹 전체 홍보창구 역할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3자연합 및 박재현 대표에 편승하며 지난 7월부터 지주사가 진행했던 홍보예산 집행 및 결제업무를 임의로 약품업무로 귀속시켰다"면서 "그러나 자체적으로 합당한 비용처리가 곤란해지자 '지주사가 결제를 안 해준다'고 사실과 다른 얘기를 언론에 전달했으며 이제는 업무방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