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해군 장관으로 기업인 출신 존 펠란이 지명되면서 한·미 조선·방산업 협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해군 장관은 향후 미국과의 협력 추진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업계에서는 대미 외교 협력을 강화하며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해군의 무기 조달과 예산 등을 책임지는 해군 장관에 기업인인 존 펠란을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존은 우리 해군 장병들을 위한 엄청난 힘이자 나의 미국 우선주의 비전을 변함없이 실현하는 리더가 될 것"이라며 "그는 미국 해군의 일을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군 장관은 상원 인준 절차를 거쳐야 공식 임명된다.
펠란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에서 경영학석사(MBS) 학위를 받았으며 사모 투자회사 러거 매니지먼트를 창립해 이끌고 있다. 델 창립자 마이클 델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회사 MSD 캐피털을 공동 창립하기도 했다.
그간 민간인 보직인 해군 장관은 전역한 해군 장성 등 국방 분야 경험이 있는 인사가 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소개한 펠란의 이력에 군 경험이 아예 없다는 점에서 기존 트럼프 당선인의 한미 방산 협력 기조에 변화가 따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일단 조선업계에서는 군함 건조·수리에 한국을 제외한 다른 대안이 사실상 없는 만큼,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 때부터 미국은 한국과의 협력을 원했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역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계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을 한 바 있다"며 "에너지 개발 사업 등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 출신이거나 군 경험이 없다고 해도 그런 기조 자체는 큰 틀에서 얘기되는 부분인 만큼 크게 변동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의 발전을 위해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과 선박 유지·보수(MRO)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며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현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 장관도 중국과 전략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미국의 해군력을 복원하려면 경쟁력 있는 조선업을 보유한 동맹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 일본과 협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방산업계 일각에선 불확실성이 다소 증가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 해군들은 조선업 경쟁력 약화가 국가안보와 결부된 것을 최전방에서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업인의 경우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인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국가안보를 우선시하는 군 출신과는 다른 눈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하지만 트럼프가 직접 한국에 조선 협력을 요청한 상황이기에 다른 기조로 흘러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산업체들이 미국통을 전면에 내세우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자 하고 있기에 충분히 승산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양호연·임주희 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