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인자 자리 공고히 할듯
일각선 "경영 인재 보완 필요"
주가 3.43% 급락…시장 쌀쌀
올 연말인사의 최대 화두였던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이 유임되면서 회사 안팎에서 요구됐던 '쇄신'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평이 나온다.
또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소식과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소식도 들리지 않아 재계와 시장에서의 기대감을 채우기엔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27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정 부회장은 유임됐다. 이와 함께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박 사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으며, 과거 삼성 구조조정본부부터 미래전략실(미전실)까지 그룹 컨트롤타워를 두루 경험했다. 2017년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엔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과 가전 부문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아왔으며, 2022년에는 사내이시로 선임됐다.
사업지원TF는 정현호 부회장 밑에 12명의 부사장이 배치됐지만, 등기이사인 박 사장이 들어오면서 급이 한층 더 높아졌다. 대내외에서 삼성 2인자로 꼽히는 정 부회장 체제가 한층 더 견고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사업지원TF는 미전실 해체 후 현재 전자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으며, 정 부회장은 현재 등기이사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해당 인사를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을 위한 포석으로도 보고 있다. 과거 미전실 수장도 사내이사는 아니었지만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해체된 만큼, 컨트롤타워 재건 시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 체제가 더 견고해진 것을 두고 근본적인 쇄신과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와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 폭이 기대치에 밑돈다는 평이 나온다. 3명의 부회장이 그대로 유입된 데다, 전영현 DS부문장과 한종희 DX부문장의 역할은 오히려 확대되는 등 기존 인사를 중용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그만큼 경영 전면에 내세울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도 제기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3.43% 내린 5만6300원에 장을 마감해 시장 분위기를 방증했다.
한편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여부도 미뤄졌다. 통상적이라면 연말 인사에서 사내이사로 내정하고,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은 만큼, 당장 인사에 변화를 주기보다 이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가 나오는 내년 2월 이후에 등기임원 복귀 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내년 1~2월쯤 항소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월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삼성이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등기임원 복귀와 컨트롤타워 재건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