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5곳의 재건축 선도지구로 13개 구역 3만6000가구가 선정됐다. 그중 분당이 1만1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선도지구는 오는 2027년 첫 착공, 2030년 입주가 목표다. 정부는 정부가 신속한 재건축 사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높은 분담금 문제 등 걸림돌이 많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속도전'을 약속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앞서 공모에는 무려 15만3000가구가 몰렸다. 이는 정부가 정한 기준 물량인 2만6000가구의 5.9배, 최대 물량인 3만9000가구의 3.9배에 이른다.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표준 평가 기준에서 '주민 동의율' 점수가 60점으로 가장 높았는데, 이번 기회에 재건축을 하려는 주민들로 인해 주민동의율 95%를 넘긴 '만점 단지'도 속출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분당에선 이와 같은 만점 구역이 10곳이 넘었다.
때문에 주민 동의율보다는 공공기여, 주차대수 확보, 참여 가구 수 등 다른 요인이 당락을 갈랐다. 분당에서 당락을 가른 것은 '공공기여' 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 관계자는 "선도지구에 선정된 3개 구역은 성남시가 제시한 공공기여 추가 제공(6점)을 다 반영해 공모에 응한 곳"이라고 말했다. '공공기여 추가 제공'은 재건축 총 부지 면적의 1%를 공공기여한다면 1점을 주고 5%를 한다면 6점을 주는 방식이다. 국토부와 1기 신도시 지자체들은 추후 분쟁 소지를 고려해 '정량평가'만으로 선도지구를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 이후 간발의 차이로 선도지구에 선정된 단지와 탈락한 단지들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선도지구 선정 단지는 이미 해당 호재가 반영돼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선도지구가 된 분당 시범단지 우성 전용면적 164㎡ 아파트는 지난달 22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일산 백송마을 전용 76㎡의 실거래 가격이 지난달 3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달(3억3000만원대)에 비해 6000만원 가까이 상승했고, 호가는 지난 2022년 신고가(4억5000만원)에 근접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선도지구 선정 전에도 분당이 가장 빠르고 많이 올랐듯, 선도지구 단지 중에서도 향후 사업 속도 등에 따라 향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역에 따라 사업성과 높은 추가분담금은 향후 속도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도지구에 선정되기 위해 추가 공공기여를 약속하고 이주대책에 쓰일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한 높게 써냈던 단지들은 모두 사업성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용적률에 따른 사업성 차이도 사업 진행과정에서 불거질 전망이다. 현재 재정비 기준 용적률(아파트 기준)은 △분당 326% △일산 300% △평촌 330% △산본 330% △중동 350%다. 일산 주민들은 기준 용적률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도지구지정에 따른 시장안정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막상 정비사업해서 입주가능한 공급물량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과거와는 달리 민간정비사업의 핵심이 '돈', 즉 추가분담금 문제다. 1기 신도시 초기 입주자들은 경제활동의 전성기가 지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이 재건축 추진의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부촌(富村)을 중심으로 사업이 빠르게 추진되면서 선도지구들 중에서도 지역적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정부는 학교문제 해소와 분담금 산출, 대규모 자금 조달 등 전방위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선도지구에 대해선 바로 예비시행자를 지정하고 내년 상반기 중 정비계획안을 마련하는 '특별정비계획 수립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추정 분담금 산정 결과에 대한 공신력 문제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분담금 산출 업무를 지원한다.내년부터 12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미래도시펀드로는 민간투자를 유치해 2026년부터 재건축 초기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유지만 국토부 도시정비지원과장은 "사업시행인가에서 관리처분인가로 넘어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분담금이며, 특히 고령자들의 분담금 마련이 어려울 수 있어 관련 지원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6년 선도지구 단지들의 이주가 시작돼야 하기에 국토부는 다음 달 선도지구를 포함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대책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해당 지역의 전월세 가격은 오를 전망이다. 정비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상당 가구가 한꺼번에 이주하는데다 일반적으로 지역 내에서 옮기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에서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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