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킹메이커' '정치 9단'으로 불려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전 20대 대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이틀 연속 친윤(친윤석열)계의 공세로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엄호하고 나서 눈길을 모았다. 차기 대권을 두고 '여당의 희망은 한동훈뿐'이라고 이례적으로 적극 호평하기도 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2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표가 63% 지지를 받고 대표로 당선됐는데 그 사람을 흔들어낸 다음 국민의힘 위치가 어떻게 될까"라며 "지난번 이준석 (전)대표 몰아낸 스타일로 또 한번 겪게 되면 국민의힘 장래에 참 적잖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면서 지난 4·10 총선 참패를 상기시켰다.
'친윤계 주류가 한 대표를 왜 흔들까'란 질문엔 "국민과 당원의 의사가 한 대표를 만들었으면 그를 중심으로 해서 미래를 생각해야 할 건데 지금 그런 감이 전혀 없다"며 "한 대표를 축출하고 자기네들이 당을 장악할 거라는데 그렇게 해서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한번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익명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판글 명의 논란엔 "한 대표가 '어떻게 된 건가' 조사하기로 했으니 결론을 지켜보면 되지 지금 옥신각신하는 게 우습다"고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이 한 대표와 회의에서 충돌한 사건에도 "국민께 보이는 게 당으로선 치명적이다. 그냥 좀 한심하다"고 혀를 찼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26일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 생방송에 출연해서도 차기 대권에 관해 "다음 대통령은 아마 연령이 내려갈 가능성이 너무 높다"며 "그나마 국민의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지금 한 대표밖에 없어서다. 솔직히 얘기해 한 대표밖에 없다. 현재로선 그렇다"고 발언했다.
1960년생인 윤 대통령에 비해 젊은 1973년생 한 대표를 유력 대권후보로 평가한 셈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그 사람(한 대표)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 없다"면서 친분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총선 참패 직후 비대위원장을 물러났던 한 대표에겐 "윤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솔직히 좋아 보인다"고 한 바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잠룡 중 안철수 의원에 대해 "이미 대선주자는 끝나지 않았나"라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두고는 "이재명(민주당 대표)에게 (인천 계양을 총선)지고나면 본인 꿈도 다 사라질 거라고 내가 그랬다"고 쓴소리했다. 비명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대권 가능성에도 "불가능하다"고 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운하겠다'는 물음에도 김 전 비대위원장은 "외곽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고, 이준석 의원이 창당주주인 개혁신당과 관계도 '현재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 대표 평가 이유로 "결국 지난 총선은 대통령 업적 평가지 한동훈 평가는 아니었다. 그나마 그정도 선전할 수 있었던 건 한동훈의 노력"이라고 말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지난 11월12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과 한국정치의 과제'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