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개입'과 '불법 여론조사 운용'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씨를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당사와 국회 내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주류·비주류 대응 온도차를 보이던 당내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조계와 여권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부터 1시간30여분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내 사무처 조직국을 압수수색했다. 오후엔 국회 의원회관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압수수색(임의제출 포함)도 진행했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영선 전 의원 경남 창원의창 전략공천에 관한 제21대 국회의원 보궐선거(2022년 6월1일)와 22대 총선 선거 자료 등을 확보에 나섰다. 국민의힘 측에서 자료 요청에 불응하자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가 운용했던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출신이자, 김 전 의원 재임 중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20대 대선 과정에 명씨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후보에게 여론조사를 불법적으로 제공했단 의혹을 폭로했다.
명씨가 대선 관련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직접 진행해 제공한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고, 명씨와 친분이 있던 김 여사가 개입했단 취지다. 김 전 의원 당선 이후 명씨는 세비 일부 등 76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명씨는 지방선거 출마 예비후보자 2명에게서 김 전 의원 등과 총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윤 대통령이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 통화하며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등 언급한 녹취를 야당이 폭로한 사례도 있다.
최근 검찰은 국민의힘 2022년 6·1 재보선 공천관리위 위원들을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했고, '김영선 전략공천' 과정에 공관위가 개입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강씨가 공천 거래·개입 대상자였다고 주장한 일부 광역단체장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이 시작된 뒤 국회 기자들을 만나 "관련 부서로부터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 범위 내에서 정당으로서 정치활동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응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강조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이날 언론공지를 통해 "국민의힘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해 현재 법률자문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대응 중"이라며 "영장의 내용과 범위, 집행 방법을 치밀하게 검토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김상욱 의원은 취재진에게 "원래 정당엔 공권력이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 게 서로 간 지켜야 할 선"이라면서도 "국민적 의혹이 있고, '여당이라고 검찰이 봐 준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되기 때문에 공정하고 합법적인 수사엔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6·1 지방선거 7곳 선거구 공천 관련 자료도 검찰이 요구했고, 이를 폐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엔 "당무감사 자료는 저희가 제출했고, 공천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압수수색이 저희 당의 불필요한 부분까지 열어보게 할 수는 없다"고 면밀히 대응하겠다고 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함께 수사받고 있는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사무처 조직국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당사 내 공간.<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