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관제기술 활용 '무인경비시스템', 회사마다 있던 숙직 대체
스마트폰 잠금 해제부터 ATM 본인 인증까지 이제 얼굴인식이 대세
AI가 '학폭'까지 막는다… CCTV에 AI 탑재돼 적응 가능성 무궁무진
스마트폰 잠금 해제부터 ATM 본인 인증까지 이제 얼굴인식이 대세
AI가 '학폭'까지 막는다… CCTV에 AI 탑재돼 적응 가능성 무궁무진
최근 AI 기술이 다양한 보안 분야에 접목돼 우리 사회의 안전을 돕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폭력, 절도 같은 다양한 범죄예방은 물론 실종자 찾기, 재난 대응 같은 공공 안전에 기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시가 AI 기술로 디지털 성범죄를 24시간 자동 추적·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가 하면, 지난해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 폭력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능형 CCTV가 보급됐다.
기술 발전은 생활 편의를 높여주고 나아가 사회상을 변화시킨다. 보안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가게에서 숙식하며 도둑질 감시…기업에선 직원들이 돌아가며 '숙직'
6·25 전쟁 이후 국내에선 도난 사건이 빈번해 사회적 골치였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도난이 특히 많았는데, 1970년대에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지며 범죄가 만연했다.
1970~8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 보안의 주체는 '사람'이었다. 보안 시스템이 첨단화되지 않았을 당시, 재산을 지킬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금은방의 보안 방식은 다소 원시적이기까지 했다. 귀금속점 주인들은 귀금속과 현금 등을 지키기 위해 밤에도 상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철야로 감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 보니 새벽에 도둑이 "문 열어라" 하는 소리를 주인의 목소리로 착각해 스스로 문을 열어주기도 하고, 숙직하던 직원이 문을 잠그고 잠시 당구를 치러간 사이 금은방이 털리는 웃지 못할 사건도 발생했다.
은행, 학교, 시청 같은 관공서에서도 직원들이 숙직을 하며 시설물과 재산을 지켰다. 숙직 근무는 근로자들에게 큰 부담이었으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 심지어 은행에는 소총을 찬 경찰관이 배치돼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금은방·은행 중심으로 무인보안 채택…1977년 국내 최초 용역경비기업 등장
그러다 1980년대 초 '무인보안 솔루션'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무인보안'은 출입문, 창문 등에 설치된 감지기를 통해 외부 침입을 탐지하고, 경보가 울리면 즉각 관제센터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출동 요원이 현장으로 이동해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도입 초기엔 기계에 의존한 경비 방식에 대한 불신이 컸지만 금은방, 은행, 공장, 관공서 등이 채택하면서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무인보안 시스템 덕분에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직원들의 숙직 부담을 덜어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 사고 발생 시 보상체계도 갖춰지면서 점차 신뢰가 높아졌다. 무인보안에 힘입어 보안 산업도 크게 성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생활과 사회 구조도 변화했다. 경비, 숙직 업무를 시스템·기계가 대체하며 노동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일반 상점, 일반 주택에도 시스템이 도입되며 우리 사회에 안전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은 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에스원이다. 에스원의 전신인 한국경비실업 주식회사는 1977년 11월 설립돼 국내 최초로 용역경비업 허가를 취득했다. 1981년 한국안전시스템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시스템 경비 영업을 시작했다. 1996년에는 업계 최초로 상장한 뒤 에스원으로 사명을 다시 한번 바꿨다. 1986년 당시 한국안전시스템 등 무인기계 경비회사들이 성업 중이었는데, 이 시스템은 충격이나 열을 감지해 중앙관제소에 신호를 보내고, 인근 파출소에 연락해 순찰차가 현장에 출동하는 방식이었다. 전자제품 대리점, 금은방, 호화주택 등으로 고객이 늘어나며 1986년 연 매출 7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1989년부터 무인경비시스템에 가입한 곳이 1만여 곳으로 늘어나며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보안카드·지문인식·모바일카드 이어 얼굴인식이 대세
보안 솔루션은 보안카드에서 얼굴인식 솔루션까지 빠르게 진화하며 생활 필수템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출입 솔루션'이다. 초기에는 보안카드를 소지하고 태깅하던 것에서 지문인식, 모바일 카드로 발전해 이제 얼굴인식이 출입보안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안카드는 도난 당할 위험은 물론 늘 휴대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고 근태를 체크하는 용도로 같이 사용될 때는 다른 직원에게 카드를 주고 대리 체크를 부탁하거나, 실제 근무 시간과 다르게 조작하는 부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생체정보를 활용한 지문인식 솔루션은 보안카드의 불편함을 보완하며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위생·방역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며 물리적 접촉 방식의 지문인식이 기피되기도 했다. 이후 모바일카드가 보편화 됐다. 모바일카드는 스마트폰을 리더에 태깅하는 방식으로 신체를 접촉하지 않지만 스마트폰을 항시 휴대하고 태깅해야 해 편의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후 얼굴인식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별도의 카드나 기기를 소지하지 않아도 얼굴만 인식되면 출입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특히,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얼굴을 정확하게 판별해 기존 생체인식보다 보안성과 편리성이 높아졌다.
이미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은 얼굴인식 출입 솔루션을 도입해 보안 강화와 편의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다. 이처럼 출입 솔루션의 진화는 보안성 강화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편의성까지 향상시키고 있다.
2010년 국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로 보안이 매우 삼엄했다. 이 행사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며, K-보안의 격을 지킨 것이 에스원의 얼굴인식 출입관리 시스템이다. 당시 에스원 얼굴인식 리더는 빠른 인식 속도로 관계자의 신원을 신속하게 식별해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다.
◇AI와 보안 솔루션 어떻게 접목되나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 안전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정부와 지자체들은 군중의 위험 징후를 사전에 알리는 AI CCTV 를 활용한 인파감지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인텔리빅스는 작년 11월 AI 전시회에서 AI 기반 지능형 관제기술 'AMS'로 군집, 화재, 추돌사고, 쓰러짐, 배회, 폭력 등이 발생하면 AI가 감지해 신속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안솔루션이 단순히 범죄나 위험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AI 기술과 결합돼 사고를 사전 예방하는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인력 의존도를 줄여 보안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AI는 실시간으로 교통 흐름을 분석해 사고 가능성이 높은 구간을 파악하고 교통 신호를 자동 조절한다. 또, 대규모 공공시설에서는 AI가 군중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위험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피를 안내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에스원은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지능형 CCTV를 학교는 물론, 산업 현장, 군부대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능형 CCTV는 상황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현재 30여 개의 AI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군부대에서는 철조망을 넘으려는 시도를 탐지한다. 에스원은 자체 R&D 센터를 운영하며 지능형 CCTV에 탑재되는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예전의 화재감지 시스템은 영상 내 붉은빛 패턴을 분석해 화재 여부를 판단하다 보니 주변 조명 변화에 의해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에스원의 AI 기반 CCTV는 불꽃과 연기 형태를 '영상·언어' 조합으로 학습해 정확도를 95% 이상으로 향상시켰다.
사회의 발전과 경제 성장에 힘입어 생활이 풍요로워지면서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기준 역시 높아졌다. 과거 안전에 대한 수요가 단순히 재산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상황에 그쳤다면 이제 생활의 안락함을 느끼고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편안하고 안전한 상태로 유지되길 바라는 것이다. 변화하는 사회의 눈높이에 맞춰 보안기술 역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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