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뚝심이 마침내 메가캐리어(Mega Carrier) 탄생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약 4년의 인고의 시간 끝에 대한항공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승인을 얻어내며 통합 항공사 출범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두 항공사의 결합을 넘어 한국 항공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4년여 통합항공사 출범을 위해 분주히 달려 온 대한항공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위기를 기회로"…도전과 난관의 반복=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항공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고 지속적인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모기업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플랜을 가동했다.
같은 해 11월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며 합병의 물꼬를 텄다. 정부의 목표는 양대 국적사를 통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합병의 핵심은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였다. 세계적인 항공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분산된 자원을 통합하고 중복 경쟁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당시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며 합병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대한항공은 합병 추진 이후 국내외 규제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다. 전 세계 14개국의 경쟁 당국이 해당 합병이 시장 경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승인을 심사했다.
우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2월 조건부로 합병을 승인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과 국제선 노선에서의 독점 문제가 제기되자 일부 슬롯(Slot, 공항 이착륙 권한)을 반납하고 경쟁사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 항공 시장의 규제 기관과 협상을 이어갔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합병이 유럽과 한국 간 항공 노선의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슬롯 반납과 경쟁사 지원을 요구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EC에 추가 조건을 제안했고 결국 최종 승인을 얻어냈다. 이 과정에서 유럽 4개 노선(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했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도 에어인천에 매각했다.
◇'열 손가락' 안에…국적 통합 항공사 위상=대한항공은 경쟁 당국 승인 절차가 사실상 완료되면서 내달 20일까지 총 1조 5000억원(영구채 3000억원 별도)의 인수 대금 중 남은 8000억원도 납입해 신주 인수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잔금 납입은 아시아나항공 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항공이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유상증자 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율은 63.88%가 된다.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전 세계 항공 산업의 톱 10에 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통합 항공사는 약 280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는데 이는 세계 10위권 항공사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네트워크 역시 전 세계 100개국 250여개 도시로 확대될 전망으로, 이는 아시아의 허브 항공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과정에서 그간 입지를 강화 해 온 대한항공의 항공 화물 부문 성장도 예견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여객과 화물 수요 등을 반영해 통합 항공사의 연 매출이 약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일본 ANA와 독일 루프트한자 등 세계적인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산적한 과제 산더미…"차별화·네트워크 확장 필수"=통합 항공사 출범은 여러 기대 효과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우선 통합 과정에서 중복되는 노선과 조직의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과 운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독점에 따른 소비자 요금 상승 우려도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며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 외에도 미국과 유럽, 중동의 대형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차별화된 서비스와 네트워크 확장이 필수적이다.
앞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통해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비전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일각에선 조 회장에 대해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난관에서도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경쟁력을 위해 결단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