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우외환에 빠져든 형국이다.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딜레마에 빠져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우방국까지 겨누며 전방위적인 '관세전쟁'을 예고한 점도 고민거리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세 번째로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특검법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28일에서 내달 10일로 미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친윤(친윤석열)계가 당원게시판 논란을 빌미로 한동훈 대표를 향한 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친한(친한동훈)계가 특검법 찬성표로 반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새로운미래준비위원회(새미준)의 정기세미나 강연자로 나서 "당원 게시판 문제를 김건희 여사 특검과 연계시키는 건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고,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난달 4일 있었던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최대 4표가 이탈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 단일대오'를 묻는 질문을 받은 뒤 "며칠 전 말한 걸로 대신하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탈표) 단속을 적극적으로 안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다시 묻자 "지금 그 문제를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역시 답하지 않았다.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 발언이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부도 고민거리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된 후 무기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트 당선인은 '전쟁 조기 종식' 의지를 피력했고, 정부 역시 기조를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윤 대통령은 전날(27일)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무기지원' 여부에 대해서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미국과 불필요한 마찰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도 고심을 깊게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5일(현지시간)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는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밝혔다. 대통령실이 전날 미국 신행정부 통상·관세 정책 관련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열고 점검한 결과, 이들 국가들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선제적으로 시나리오별 종합 대응 방안을 점검·강화하고 우리의 협상 제고 방안을 사전에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이른둥이의 건강한 성장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