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비즈니스맨` 트럼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411/2024112902109969061001[1].jpg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비즈니스맨` 트럼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취임 첫날부터 '관세 폭탄'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 대응을 이유로 미국의 3대 무역국에 대한 전면적인 새 관세 도입을 발표했다. 트럼프 집권 2기에 관세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활용할 것임을 여과없이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고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에 중국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대상은 해당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이며, 기간은 미국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새 관세 부과를 예고한 캐나다, 멕시코, 중국은 모두 미국의 3대 교역국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수입 기준으로는 중국이 전체의 14.6%(5363억달러)로 1위다. 이어 멕시코(4548억달러), 캐나다(4366억달러) 순이다. 이들 3개국은 올 9월까지 전체 미국 수입의 42%를 차지했다.
3대 수입국을 겨냥해 전격 발표한 이번 관세는 지난 대선 때의 관세 공약과는 별개다. 트럼프는 대선 때 미국 노동자 보호, 제조업 부흥, 기업 유치 등의 이유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 ▲중국에 대한 60%의 관세 ▲중국 업체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한 100~200% 관세 등을 언급했었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공약으로 발표한 관세 정책에 추가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 일방적으로 새 관세를 부과하면서 해당 국가들이 불법 이민 및 마약 문제에 충분히 협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경제 이외의 문제와 연계해 관세 정책을 대응 수단으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美경제에 득일까 실일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경제적 논리를 넘어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관세 폭탄'은 트럼프의 지지층인 노동자 계층과 제조업 종사자들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메시지다. 그는 자신이 '미국을 위한 강력한 협상가'로 비춰지길 원한다.
그러나 '관세 폭탄'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할지는 미지수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안긴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게 되면, 미국 내 해당 제품의 가격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미국 소비자의 지갑을 얇게 만들고, 경제 성장 둔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관세는 미국 기업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많은 미국 기업들은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서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율의 관세는 생산 비용을 상승시키고, 이는 곧 제품 가격 상승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관세 폭탄'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고강도 관세 정책은 미국 회 및 업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관세 정책을 강행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는 관세가 단기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노동자 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또한 무역 상대국들에게 경제적 압박을 가해 미국에 더 유리한 협상 결과를 끌어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동맹보다 이익', 韓의 대응 전략
트럼프는 비즈니스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트럼프는 천성적으로 사업가이고, 아군과 적군의 구분은 은행 계좌에서 시작된다. 이상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동맹'은 이해가 상충되면 쉽게 '적'으로 취급된다. 적으로 간주되던 존재가 이익이 된다면 '아군'으로 바뀔 수 있다. 그에겐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다. 경제적 이해 상충을 안고 있는 유럽연합(EU)을 '적'이라고 부르고, 반도체 산업의 라이벌인 대만에 대해선 냉담한 이유다.
기본 원칙은 '미국 우선주의'다. 미국 우선주의 앞에서 '동맹', '단결'과 같은 개념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외국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리는 것에는 혐오감을 느낀다. 미국이 위대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좋지만, 외국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 사고 방식의 근간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트럼프의 '비즈니스적 세계관'에 입각해 실익 중심의 전략을 세워 협상을 벌여야 한다. 트럼프에게 감정적 호소나 전통적 동맹 가치에 의존한 설득은 효과가 없다. 대신, 미국이 얻을 수 있는 명확한 이익을 제시하면서 상호 호혜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나아가 한국은 자주적이고 균형 잡힌 외교로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기존 합의조차도 손쉽게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이 큰 것이다.
이를 감안해 한국은 대미 관계에서 지나치게 의존적이지 않으면서,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교 노선을 추구해야 한다. 다자 외교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으로, 중국, 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다양한 국가 및 지역 블록과의 협력을 강화해 외교적 선택지를 늘려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한국의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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