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예산안 단독 처리
지역사랑상품권 관철 포석삼아
지역사랑상품권 관철 포석삼아
박찬대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득이하게 법정시한인 내일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증액은 없이 정부 원안 677조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의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중 정부 예비비가 2조4000억원이 감액됐고, 검찰 특정업무 경비가 507억원, 특수활동비가 80억원 감액되면서 여당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찰에 대한 보복성 삭감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예비비와 특활비를 삭감한 것은 잘못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강조하며 "당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과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유지 등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했으나 여야 간 합의가 불발되고 기획재정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법에 따라 11월 30일까지 예결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이제까지 논의 내용이 전부 무용지물이 되고 정부의 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올라오게 돼 있다"며 부득이하게 시한에 맞춰 민주당 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있다면 추가적인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면서도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수정안으로 더 많은 감액도 가능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재명 대표 역시 이날 경북 안동 경북도청을 찾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을 갖고 예산안과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이 지사가 "국회에서 감액안만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언급하자, 이 대표는 "쓸데없는 것만 잘라낸 것"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활비 등을 잔뜩 넣어놔서 삭감안이 통과가 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 지사가 경주 APEC 지원을 언급하며 "국회 (상임위)에서 증액을 요청했는데 증액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이 대표는 "APEC의 경우 우리도 현실적으로 공감을 하는 사안"이라며 "증액이 필요하면 수정안을 내면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와의 면담 이후 경북 포항 죽도시장으로 이동해 상인들을 만나 본인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 정책을 강조하며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역화폐는 제가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시행한 정책 중 가장 복합적 효과가 있는 효율적 정책인데 정부에서 (예산 증액을) 안 하고 있다"며 "짧은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최대한 (예산을) 늘려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이라 불리는 2조원 규모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등을 포함한 예산안을 전부 포기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항목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감액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증액은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감액안을 처리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이 감액안 예산안을 빌미로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지역구의 각종 현안과 관련한 '쪽지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지역 구민에 의정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빠질 수 없는 예산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 특정업무 경비와 예비비 등이 전부는 아니어도 상당 부분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혜인·안소현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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