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정부안에 동의하고,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7월 세법개정안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그동안 야당은 당초 법안대로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신 기존 250만원이었던 공제 금액을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시행 한 달 전까지도 정부와 야당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과세 대상인 투자자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당국과 업계 등의 혼란이 가중돼 왔다.
이번 야당의 결정으로 과세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2027년 과세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22년 시행 한 달을 앞둔 시점에 또 한번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2025년으로 유예됐고, 이번 역시 시행이 코앞에 오고 나서야 유예가 결정됐다. 한 전문가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매번 반복됐지만, 정작 유예 기간 동안 인프라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는 부족했다"며 "이번 유예 기간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정부와 국회, 투자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로는 전문성을 꼽았다. 과세당국과 금융당국 모두 가상자산에 대한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를 도입하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단순한 시기 연장이 아닌, 체계적인 재검토와 시스템 개선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대여로부터의 소득에 관한 과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가상자산 대여소득에 대한 명확한 정의, 필요경비의 인정범위에 대한 적극적인 유권해석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해외거래소와 개인간 거래, 원화거래소 사이의 과세 형평성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통제권에 있는 국내 원화거래소의 경우 투자자의 거래내역을 당국이 확보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의 협조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코스피나 코스닥은 시장이 우리나라에 한정된 반면 가상자산은 전 세계 시장이고, 실시간 가격도 일치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서 과세를 시작하려면 전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료를 다 받아야 할텐데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이를 거절한다면 확보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이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투자자의 자진신고인데 누군가는 자진신고를 해서 세금을 내고, 누군가는 내지 않는다면 여기서 또 형평성 문제가 나온다"며 "지금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하고 있는 상속세나 증여세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나오지만, 이를 적발할 방법도 처벌할 근거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세목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정돼야 한다고 봤다. 또 블록체인 거래 검증의 대가에 대한 과세제도와 하드포크(신규 생성), 에어드랍(무상 지급) 등에 대한 과세제도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장기간 투자해 온 투자자들이 과거 손실을 이월 공제받지 못하고 현재 발생한 이익에만 세금을 부과받는 상황에 처한다"며 "기타소득 과세 체계를 벤치마크한 일본에서도 이 제도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타소득 과세 체계로 인해 건강보험료와 같은 준조세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과세 체계의 선진화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과세 정책을 설계할 때 이 같은 장기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세체계 전산 시스템 구축도 풀어야 할 숙제다. 주식 거래에 비해 가격이 다양하고, 단기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개인 투자자가 이를 신고할 때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가상자산 투자 인구가 700만명에 달하지만 1인당 투자 금액은 50만원에 불과하다"며 "이 사람들이 다 각자 신고한다고 하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액이 크지 않아 세무사를 찾아가기도 어려워 시스템을 단순화시키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들은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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