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개발(R&D) 예산이 내년도 역대급인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되레 감액 사태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이 677조원 규모인 정부안 중 4조1000억원 상당을 감액한 예산안을 밀어붙이는 통에 R&D 예산 815억원 가량이 줄어든 탓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2일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하고 오는 10일까지 여야 합의안을 제출할 것을 종용했지만 R&D 예산안 복원이나 증액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감액 예산이 그대로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에 역대 최대인 29조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29조3000억원보다 4000억원 상당 늘어난 금액이다. 정부는 R&D 투자를 선도형으로 전면 개편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와 12대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과학계에서는 국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증액이 이뤄지면 역대 최대 규모인 30조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민주당이 단독감액안을 상정했다. 결국 혁신성장펀드와 원전산업성장펀드 등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예산이 줄고, 출연연구기관과 기초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R&D 예산도 815억원이나 감액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차세대 원전 기술인 발전용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 예산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심사에서 90% 삭감돼 70억원에서 7억원으로 줄었다. 바이오·의료 R&D(전 주기 정신건강 예방·관리 디지털플랫폼 생태계 구축)는 50억원 감액됐고, 디지털바이오육성 사업예산은 23억원 줄었다. AI 일상화 확산(AI심리케어·돌봄지원) 예산도 36억원 감액됐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운영비 지원(글로벌 TOP전략연구단 지원) 예산은 312억5000만원, 개인기초연구(글로벌 매칭형) 예산은 55억9100만원 줄었다. 양자과학기술글로벌파트너 십선도대학지원 예산 23억8000만원,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기술개발 예산도 4억원 상당 감액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입장 합동 브리핑'을 열고 "야당의 단독감액안은 혁신성장펀드와 원전산업성장펀드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예산안을 삭감하고, 출연연구기관과 기초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R&D) 예산도 815억원이나 감액했다"면서 "야당이 본회의에서 단독 통과시키려는 세법 개정안에는 여·야·정이 잠정 합의했던 반도체·AI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와 소상공인 부담 경감, 내수 활성화 방안도 빠져있다"고 단독 감액안 철회를 촉구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야당 단독감액안 정부입장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