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FA로 불리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국내에서 수백조원의 매출을 일으키면서도 인프라 구축 등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인근 아시아 국가에는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국내에선 투자에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부담이 국내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3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우리나라에서 많게는 수백조의 매출을 거뒀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와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 이래 매출 및 세원 잠식 추정' 자료를 살펴보면 구글코리아는 2004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최소 97조3000억원에서 최대 242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코리아의 매출 추정치(2011~2023년)는 최소 7조9300억원에서 최대 15조5100억원이다.
GAFA 기업들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총 2300억달러(한화 322조원 상당)를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물적 토대인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투자하기로 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구글은 올해 초 영국에 1조3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대만에선 2번째 하드웨어 R&D센터를 열었다. 반면 이들 글로벌 기업이 국내 기술개발 생태계에 투자한 것은 지난해 7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인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 발표 이후 없다. 국내에서 큰 수익을 거둬가면서도 IT 생태계 발전에는 소홀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AI 개발기지로 동아시아 국가들을 점찍고 수십조원대 인프라 연구개발 투자를 쏟아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거론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AI R&D(연구개발)나 인프라 건설에서 국내 기업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1~3분기 연구개발에 2931억9700만원을 썼다. KT는 1521만7900만원, LG유플러스는 999억8800만원을 투입했다. SKT는 또 이달 중 경기 판교에서 AI데이터센터(AIDC)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서울 가산데이터센터를 AIDC로 전환한다. 내년부터 1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AI 소버린'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KT는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며, AI 사업에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028년까지 총 3조원을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매년 4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K-플랫폼'도 국내 IT 생태계를 지키고자 R&D 투자를 늘려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네이버가 올해 3분기까지 집행한 연결 기준 R&D 비용은 1조3620억원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11일 가진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DAN) 24'에서 "국내 AI 생태계를 지킬 수 있도록 매출의 20~25% 규모를 R&D에 투자해 기술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총수 구속과 고강도 검찰 수사,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처분 등 초유의 위기 속에서도 올해 역대 최대 금액의 R&D 비용을 집행했다. 올해 3분기까지 카카오가 집행한 R&D 비용은 972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1% 증가한 수치다.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카카오모빌리티도 2022년 615억원, 2023년 699억원으로 R&D 투자액을 늘려나가고 있다.김미경·김나인기자 the13ook@dt.co.kr
유영상 SKT CEO가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SKT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