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유세과정에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을 '녹색 사기'라고 혹평하며 폐지를 공약했습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승리와 미국 양원의 과반수 확보에도 IRA 폐지보다는 수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IRA 폐지 공약이 단기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내 배터리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공화당 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의회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결정적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산업정책: 대미 투자기업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경제정책이 법안 형태로 신속하게 처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행정명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개편되는 변화가 예측된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IRA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공화당 내에서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폐지 법안 처리에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공화당의 양원 과반에도 전임 행정부의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은 상원에서 부결된 전례가 이미 있습니다.
또 올해 연방하원 선거 당선의원의 당적을 기준으로 볼 때 IRA와 밀접한 산업에 대한 투자는 주로 공화당이 우세한 선거구에서 이뤄졌습니다. IRA 산업 투자액은 공화당 선거구 비중이 전체의 74%를 초과하며, 투자 규모만 1905억달러(약 254조원)에 달합니다.
투자액 기준 상위 11개주 상원의 22명의 당적은 공화당 12명, 민주당 10명입니다. 대규모 IRA 투자가 정치적 배경과 연계된 만큼 IRA가 폐지돼 미국 내 투자가 연기되거나 취소, 축소되면 미국 일자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법안의 지속성 여부가 단순히 환경과 정치 싸움을 넘어 경제적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가 된 것입니다.
여기에 이번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 결과가 양원의 과반수는 확보했지만 상원에서 의사진행방해를 저지할 수 있는 60석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상원의 전체 의석(100석) 중 공화당은 52석을 확보해 과반을 차지했지만, IRA 폐지 법안 통과를 위해선 47석을 가진 민주당의 추가적인 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유섭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 산업자원분석과 분석관은 "법률 개정을 수반하는 경제정책보다 행정명령 중심의 국정운영이 예상된다"며 "2026년 중간선거 대상 현역 상원의원 33명 중 공화당 의원이 20명으로 비중이 높아 향후 공화당의 양원 과반 유지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IRA 관련 세액공제의 지급 요건과 규모는 의회의 동의가 없어도 행정명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개편할 수 있다"며 "행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여지가 많은 만큼 즉각적인 변화가 예측된다"고 예상했습니다.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IRA는 생산세액공제(AMPC)와 에너지사업공제(AEPC), 친환경차량 소비세액공제(30D)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조항들의 주관부서인 국세청, 재무부, 에너지부 등과 협의해 보조금 집행의 세부규칙이나 집행 절차 등을 복잡하게 하거나 수령을 어렵게 하는 방법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조항들의 축소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큰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AMPC를 영업이익에 포함하고 있어 AMPC 축소는 기업의 재정 상태와 수익성 감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국내 3사는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AMPC 보조금으로만 총 2조6725억원을 수령했습니다.
이 분석관은 "IRA를 행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여지가 많아 대미 투자기업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지만 미국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통한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육성을 추진할 것"이라며 "미국의 강화된 무역장벽과 보호주의 경제정책은 미국 내에서 생산 능력을 확충한 국내 기업에는 유연한 생산 조정을 통한 미국시장의 점유율 확대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309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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