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공세와 수요 둔화에 유럽 車업계 위기 고조
스텔란티스 수익 급감에 CEO 임기 종료 전 사임
韓 부품사·완성차 업체도 수요 감소로 인한 타격 예상
전동화 전환 지연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유럽 1·2위 완성차 업체가 흔들리고 있다. 유럽 1위, 세계 2위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은 사상 첫 독일 공장 폐쇄와 더불어 임금 삭감,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며 노사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푸조·지프 브랜드 등을 보유한 유럽 2위 스텔란티스는 급격한 매출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도중 전격 사임을 결정했다.
2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 독일 노동자들은 독일 전역에서 경고 파업에 들어간다. 폭스바겐 노사는 임금 협상과 독일 공장 폐쇄 등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수요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회사가 독일 공장 폐쇄와 임금 삭감, 구조조정 등을 내세우자 노조의 반발이 거세진 것이다. 토마스 쉐퍼 폭스바겐 브랜드 CEO가 해고와 공장 폐쇄를 피할 수 없다고 언급한 만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에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폭스바겐은 올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당초 2026년까지 100억유로(14조7000억원)로 책정한 비용 절감 목표를 40억~50억유로(5조9000억~7조3000억원)로 높일 것을 밝힌 바 있다.
스텔란티스도 같은 이유로 이탈리아 공장 가동 중단, 실적 하락한 북미에서의 구조조정, 대대적인 임원 교체 등을 단행하고 있다. 게다가 수익성 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까지 임기 도중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타바레스 CEO는 지난 2021년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 소유주인 프랑스기업 PSA의 합병으로 스텔란티스가 탄생할 때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유럽 완성차 업계의 대부다. 그는 당초 2026년 초에 임기가 만료되나 스텔란티스가 큰 부진에 직면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텔란티스는 최대 시장인 중국과 북미에서의 수요 감소로 인해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급감했으며, 주가도 40%나 빠지면서 유럽에서 가장 실적이 떨어진 완성차 업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국내 업계는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들의 위기가 국내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전동화 부품을 중심으로 유럽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에 납품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지 생산 기지도 늘리는 추세다.
현대모비스는 폭스바겐에 배터리시스템(BSA) 수주를 따냈으며, 유럽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체코와 스페인 공장에 이어 슬로바키아에 3500억원 가량을 투입해 공장을 신규 구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배터리를 다수 납품하고 있기에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의 경우 경쟁사의 위기가 상대적으로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면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이 떨어지고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경쟁사의 위기는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게는 상대적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트럼프 리스크 등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전체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위기 상황이기에 미래 준비에 더욱 철저히 나서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