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미뤄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10일까지 협상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다. 여야가 주어진 기간 동안 강대강 대치를 끝내고 막판 극적 타결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고심 끝에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0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을 합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우 의장은 "민생과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예산을 만들 책임이 국회에 있고 이는 법정기한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막중한 책임"이라며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 의장은 "나라 살림이 민생에 실질적 힘이 되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며 "22대 국회가 국민께 약속한 목표 지향처럼 '국민을 지키는 예산, 미래로 나아가는 예산'에 합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우 의장이 이날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여야에 합의를 요청한 것은 야당이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는 게 헌정 사상 처음인 만큼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여야 간 더 성숙한 논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했다.
협상 시간은 벌었지만 마지막까지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샅바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현재 민주당이 지역화폐 예산 등을 관철하고자 지렛대 목적으로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며 전면 철회와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을 포기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추가 예산 삭감을 경고하는 등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당초 이날 의장실에서 공지했던 우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3자 회동도 무산됐다.
다만 결국에는 여야가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감액은 일단 이뤄졌고 증액 부분의 경우 의원들이 지역 예산을 포함시키는 '쪽지 예산'이 필요할 것이기에 막바지에는 결국 여야가 절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