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단독 과반의석인 더불어민주당이 10명째 검사 탄핵소추안과 동시에 '헌정사상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안까지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 헌법상 독립기관 탄핵까지 강행해 '이적행위 은폐', '윤석열 정부 6개월 내 끌어내리기' 등 정략 의혹을 내세워 규탄하는 등 정국 경색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조상원 4차장·최재훈 반부패2부장 검사 3인 탄핵안과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안을 발의해 이날 국회 본회의에 함께 보고했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폐기되므로 4일 본회의에서 야당이 탄핵안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 이전 공사에 대한 감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하며 최 원장 탄핵안 발의를 강행했다. 감사원장 탄핵안이 국회의에 보고된 헌정사상 첫 사례다. 민주당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무혐의 처분을 문제삼으며 중앙지검 지휘부를 탄핵 대상에 올렸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시점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대상자 직무가 정지되는 만큼, 고위급 검사 3명과 최 원장은 직무에서 배제된다. 특히 감사원의 경우 감사원법에 따라, 감사위원 중 재직기간이 가장 긴 조은석 위원이 원장 권한대행을 맡는다. 여당에선 야권편향 의혹을 제기하는 인물이다.
국민의힘은 거듭된 '검사 탄핵'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재판에 대한 보복과 공소유지 방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급물살을 탄 '감사원장 탄핵'을 한층 심각하게 보고 있기도 하다. 지난 1일부터 추경호 원내대표가 국회 기자간담회로 "거대야당은 최 원장을 상대로 유독 이례적으로 다급한 탄핵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뒤이은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유상범 의원이 "그전에 있었던 검사 탄핵, 방송통신위원장 탄핵과 함께 결국 지금 민주당이 6개월 안에 윤석열 정부를 끌어내리겠단 전략의 일환"이라며 "민주당에 반대하는 모습의 정부기관은 언제든 탄핵해 그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단 공포정치의 전형"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감사원장 탄핵사유 중 '특수활동비 등 자료제출 거부' 등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또 "민주당 입장을 대변한 감사위원들 대행이 된다면 감사원이 실시 중인 부동산·소득·고용 통계조작 의혹, 사드 정식배치 고의지연·정보누설 의혹, 북한 GP철수 부실검증 등 문재인 정부 비리(공개)를 막겠단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에서도 최달영 사무총장이 이날 브리핑을 열어 피살 공무원 월북조작·국가통계 조작 감사 등에 관해 "감사결과의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무조건 정치감사라고 비난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며 "전 정부 일은 감사하면 안 된다고 하면,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항변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감사원 최달영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 본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감사 결과의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무조건 정치 감사라고 비난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며 "헌법상 독립기구의 수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당장 멈춰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촉구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