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 탄핵 시도와 예산안 갈등까지 국회에서의 여야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여야가 정기국회 내 처리를 예고한 주요 '민생 법안' 대부분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주요 민생 법안들을 처리했다. 당초 이날은 2025년 예산안 처리 시한으로 민주당이 지난주 야당 단독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이른바 '감액 예산안'이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의 합의를 다시 한 번 요구하면서 이날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의 감사원장 및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보고와 각 상임위에서 여야 협의를 거친 법안들에 대한 표결만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국회는 이날 임신 32주 이전의 임부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리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해당 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아울러 2016년 12월 이후 혼인 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나 실질적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이혼 배우자에겐 국민연금을 분할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마찬가지로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외에도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에게 급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의 부식 구입비 보조에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 노인복지법 개정안, 노인 일자리 임금 수준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규정하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다만 지난달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의 '2+2 회동'을 통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우선 처리'를 합의했던 6개 법안에 대한 처리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양당이 최우선으로 처리키로 합의한 민생 법안은 △예금자 보호한도 2배 상향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위취약 청년층 전담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위기청년지원법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상향하는 대부업법 △건축물 구조부 변경 시 구조 안전 확인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건축법 △추서 계급에 따라 각종 예우와 급여를 제공하는 군인·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이다.
이 중 행안위와 국방위를 통과하고 법사위까지 올라간 법안은 군인·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이 유일하다. 정무위는 지난달 2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결의한 데 이어 2일에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소위에서 여야는 대부업 자기자본 기준 요건 강화에는 합의했으나, 법정최고이자(연 20%)를 초과하는 계약을 원천 무효로 하는 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3일 추가 소위를 열기로 했다.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을 비롯해 해상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대한 특별법 등 에너지 관련 법안은 국회 산자위 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 법안들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