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SssS 예산 급락 '빨간불'
외산 서비스 국내상륙도 줄이어
내수용 넘어 세계시장 노크해야
한국 소프트웨어(SW) 산업이 변곡점을 맞았다. SW 기반 '파괴적 변혁'이 인공지능(AI) 혁신으로 이어지며 도약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규제 완화에 따른 경쟁 환경 변화로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 문이 넓어지며 '비빌 언덕'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 지원과 공공시장마저 위축되는 가운데 SW업계는 서비스형SW(SaaS) 전환과 글로벌 진출이란 숙제를 해내지 못하면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국내 SW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기획을 4회에 걸쳐 싣는다.
2일 SW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심의 중인 내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안에서 SaaS 진흥 관련 주요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공공 이용 SaaS 개발 지원 사업은 올해 160억원에서 내년 60억원 수준으로, 디지털서비스 이용 확산 사업은 올해 60억원에서 내년 20억원 내외로 둘 다 60% 이상 줄어들었다. 유망 SaaS 개발·육성 지원 사업은 올해 250억원에서 내년 120억원으로 반토막 난 상황이다. SW마에스트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 미래 AI·SW 핵심 인재를 키우기 위한 SW인재 양성사업마저 정부 재정상황에 악화되면서 규모가 둘어들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진출의 열쇠로 꼽히는 SaaS 사업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의 SaaS 지원 사업은 국내 SW업계의 SaaS 전환을 돕기 위해 추진돼 왔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 따르면 국내 SW 시장의 SaaS 전환 비중은 22% 수준으로, 이미 SaaS가 대세로 자리한 글로벌에 비해 확연히 더디다. 또한 2022년 기준으로 국내 SW기업 중 65% 이상이 SaaS 전환·개발에 1억원 이상을 투입했고, 10억원 이상 투자한 기업도 4분의 1이 넘었다. 영세한 국내 SW기업들은 SaaS 전환 부담이 큰 가운데 최근 SW공급망 보안을 위해 강화되는 요구사항도 함께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 환경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AI시대에 들어 SW산업 생태계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때 엔비디아를 중심에 둔 AI인프라와 하드웨어에 쏠렸던 시선도 AI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한 SW 활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의 등장과 성공이 AI 일상화 시대를 여는 키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이에 AI 기반 서비스를 민첩하고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는 SaaS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디지털 전환에 따라 클라우드 도입·활용이 가속화되면서 SW업체들이 기대 온 국내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인해 공공·금융 분야에 외산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시스템통합(SI) 사업 형태를 벗어난 민간 영역에선 더 경쟁력 있는 외산 SaaS에 대한 선호 경향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내 SW업계가 이 흐름을 못 쫓아가면 기존 시장은 해외 기업에 내주고, 글로벌 경쟁에선 뒤처질 수밖에 없다.
조준희 KOSA 회장은 "현재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부문의 IT투자가 위축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SW산업이 좋은 상황이 아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과 협력해 SaaS 수출을 이루며 이를 돌파해야 한다"며 "특히 기존 패키지SW 회사들이 SaaS로 전환하는 작업을 가속화해야 한다. 내년에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SW정책연구소(SPRi)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패키지SW와 IT서비스·게임SW를 포함한 국내 SW기업들의 해외진출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특히 패키지SW와 IT서비스 분야에서의 해외 진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와 SW업계는 SaaS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 글로벌 SW시장의 1% 규모에 불과한 국내 SW시장을 넘어 SW산업이 본격적인 수출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같이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국면에서 던지는 승부수다.
김형철 SPRi 소장은 "외산 대비 약한 국산SW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기존 주력산업과 융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특화SW를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SW기업들이 융합SW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