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MSCI지수 두자릿수 손실
최악의 국내증시에도 리서치 폴에만 몰두
"분석과 전망보다 펀드매니저 대상 영업만"
최악의 국내증시에도 리서치 폴에만 몰두
"분석과 전망보다 펀드매니저 대상 영업만"
한해를 마무리하며 각계의 시상식이 이어지는 지금, 증권사 애널리스트(셀사이드 연구원)에게도 1년의 성적표가 날아드는 계절이다.
언론사 등에서 리서치 평가제도를 통해 한 해 동안 우수한 성과를 낸 애널리스트들을 가려내 베스트 애널리스트와 베스트 리서치 하우스를 선정한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증시가 전세계 '꼴찌' 수준으로 부진해 투자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어, 제대로 시장을 전망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리서치 평가 역시 '인기 투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말을 앞두고 다수의 언론사와 기관 등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인력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폴(poll) 시즌'으로, 매년 많은 증권사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사내에서도 이 평가에 대한 결과를 인사평가 기준으로 놓고 보상과 연봉 계약 등에서 차등을 주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해 국내 증시가 근래 최악의 수준으로 부진하자 이 압박은 더 심해졌다는 후문이다. LS증권에 따르면 주요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국내 증시가 연초 대비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한국의 MSCI지수 수익률은 마이너스(-) 12.8%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손실을 봤다.
우리 증시는 전세계 평균 수익률인 17.6%나 선진국 평균인 18.9%, 우리가 속해 있는 신흥국 평균인 6.7%에 못미쳤다. 같은 기간 대만은 무려 38.9%의 연간 수익률을 올렸고, 미국이 24.0%, 중국과 일본이 각각 15.6%와 14.9%로 뒤를 이었다.
증권사들은 '베스트 하우스' 등의 타이틀을 영업에 활용하려 하고, 대부분 계약직인 애널리스트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타이틀을 원한다.
전직 애널리스트 K씨는 "기관 매니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하거나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은행계 금융지주 증권사들에서 특히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어 압박이 심하다"고 말했다.
다른 현직 애널리스트는 "초봉은 정규직 신입직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작하지만 폴에서 1등이라도 하면 단숨에 억대 연봉도 받을 수 있다"면서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리서치 평가는 주로 기관 펀드매니저 설문을 통한 폴 방식 또는 폴과 정량평가를 병행하는 가중평가 등의 방식을 차용한다. 때문에 보고서의 질적 평가보다는 기관의 설문 결과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한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 출신은 "애널리스트의 능력을 계량화 하는 것은 어렵다. 폴 평가지를 받으면 매니저들이 모여서 각자 친하거나 열심히 하는 애널리스트를 얘기하고 찍어주곤 했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분석보다는 대놓고 펀드매니저 대상 영업만 하는 애널도 있다. 몇 년 전 '가장 신뢰하는 애널리스트'로 뽑인 사람의 경우 주가 정확도는 20위였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분석과 전망이라는 업의 본질은 내팽개치고 인기를 좇아 상을 받는 데만 골몰하고 또 수상 경력만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 등이 관행으로 굳어지면 국내 투자 시장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그 손해는 오롯이 투자자에게로 돌아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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