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 정치정책부 기자
![[김세희의 정치사기] `닮은 꼴` 백제부흥군과 국민의힘](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302102269038001[1].jpg "[김세희의 정치사기] `닮은 꼴` 백제부흥군과 국민의힘")
백제가 멸망한 지 3년째 되던 해, 부흥운동을 벌이던 세력 사이에 벌어졌던 상황이다. 나라를 다시 세워야겠다는 목표는 어느덧 사라지고, 자신들끼리 권력투쟁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급기야 서로를 죽이기 위한 쟁투가 벌어졌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다. 서기 660년 백제부흥운동을 시작할 때만해도 기세가 등등했다. 당시 무왕의 조카인 복신은 좌평 정무, 달솔 부여자신 등과 함께 백제 유민을 규합해 나당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봉기한 지 10일 만에 200개의 성을 탈환했고, 왜국과 힘을 합쳐 수도였던 사비성을 포위해 당나라 군대의 보급도 끊었다.
나당 연합군도 흔들렸다. 당은 철수를 고려할 정도였고, 신라에서도 패한 장수들에게 벌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말 그대로 부흥군의 전성기였다. 당장이라도 백제를 되살릴 기세였다.
그러나 왜국에 체류하던 의자왕의 아들인 부여풍이 귀국해 왕위에 오른 이후부터 내분이 시작됐다. 백제계 세력을 기반으로 실권을 쥐고 있던 복신과 왜측의 세력을 뒷배로 둔 풍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도읍 지정과 원군 요청 문제 등이 주요 화두였다. 이는 노선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어느덧 내부 권력투쟁만이 전부가 되어버렸다. 복신은 풍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군권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명망이 높은 고승 도침을 살해하고 병력을 빼앗았다. 군사를 각지에 전술배치해도 모자랄 판에 사적 권력 강화를 위해서만 사용하고자 한 셈이다.
![[김세희의 정치사기] `닮은 꼴` 백제부흥군과 국민의힘](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302102269038001[2].jpg "[김세희의 정치사기] `닮은 꼴` 백제부흥군과 국민의힘")
그럼에도 이들은 각성하지 않았다. 부흥군을 향한 신라와 당나라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결국 복신은 병이 났다는 핑계를 대고 풍이 병문안을 오면 죽여버리려고 했다가, 오히려 발각되는 바람에 먼저 처형됐다.
이 사건 직후 신라군은 충청 지역 전체를 장악했고, 부여풍은 왜국의 지원군과 함께 나당연합군과 백강에서 전투를 치르다가 패했다. 결국 풍은 고구려로 망명하고, 부흥군도 와해됐다. 본연의 목적이 사라진 한 정치체의 비참한 말로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한동훈 대표와 그의 가족이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작성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발생한 논란이지만, 본질은 권력투쟁이다.
한 대표를 물러나게 하겠다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이를 막겠다는 친한(친한동훈)계의 끝이 안 보이는 싸움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갈등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8개월 전 총선 패배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여당만의 집안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10%대로 다시 내려가고, 당 지지율이 30%대로 정체되도 신경쓰지 않은 모양새다.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트럼프발 '관세폭탄' 예고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방안이 수두룩한데도 위기의식조차 안 느끼는 것 같다. 국민 입장에선 한심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국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집권 여당의 의무를 잊은 듯 하다.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백제 부흥'이란 목표를 잊고 권력투쟁만 일삼던 부흥군과 닮은 꼴이다. 과거 백제 부흥군이 지향점을 잃지 않았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이는 국민의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현재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백제 부흥군과 같은 결말을 맺을 수도 있다. 정치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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