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이 적어 시가 파악이 어려운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주택도 앞으로는 감정평가를 통해 실제 가치에 맞는 수준의 상속·증여세가 매겨진다.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저렴한 기준시가를 적용해 상속·증여세를 과소 납부하는 사례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국세청은 실제 가치에 맞게 상속·증여세를 부담하도록 내년부터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신고한 주거용 부동산 등을 감정평가 대상으로 추가한다고 3일 공식 발표했다. 그간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감정평가 사업에서 제외돼 시가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격으로 상속·증여가 가능하다는 맹점이 있었다.
국세청은 최근 주거용 부동산의 거래 가격이 높아지면서 일부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매매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용면적 273㎡ 기준 나인원한남(서울 용산구)의 경우 추정 시가는 220억원이나 공시가격은 86억원으로 40%가량에 그친다. 아크로리버파크(서울 서초구) 235㎡도 시가는 18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공시가격은 75억원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599㎡ 단독주택은 추정 시가 180억원이나 공시가격은 42% 수준인 76억원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1257㎡짜리 단독주택도 시가 163억원 상당으로 추정되지만 공시가격은 68억원 수준에 그쳤다.
상속·증여재산은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공시가격 등 기준시가 등 보충적 평가 방법을 이용한다.
하지만 서울 일부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단독주택은 비교 대상 물건이 거의 없어 실제 시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초고가 아파트가 중형 아파트보다 증여세가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를 테면 223.6㎡ 기준 도곡 타워팰리스(서울 강남구)는 시가 70억원으로 추정되나 기준시가 37억원 기준 증여세가 13억7000만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이보다 면적이 적은 시가 43억원의 84㎡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서울 서초구)는 시가 기준으로 증여세를 16억7000만원을 내야 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세청은 내년부터 감정평가 대상에 비주거용 외 주거용 부동산을 추가하고 선정 기준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개정되는 규정은 내년 1월 1일 이후 상속·증여세 법정 결정 기한이 도래하는 부동산부터 적용된다. 국세청은 신고 안내 단계부터 감정평가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되면 감정평가 방법·절차를 담은 개별 안내문을 발송한다.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상속·증여 시 실제 가치에 따라 과세함으로써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상속·증여받은 부동산을 감정가액으로 평가하면 상속·증여세는 증가하나 향후 해당 부동산을 양도할 때는 양도소득세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납세자 스스로 감정가액으로 신고하면 감정평가 수수료 비용이 공제되고, 추가적인 부동산 평가 절차 없이 빠르게 세금이 결정되는 이점이 있다"며 "현재 예산 부족으로 다음 연도로 상당 부분 이월되던 꼬마빌딩 감정평가를 확대하고 부동산 과다 보유 법인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골프장·호텔·리조트와 서화·골동품에 대해서도 감정평가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