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향 HBM수출 대규모 규제
韓, 대중수출 매출비중 33.5%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권
韓, 대중수출 매출비중 33.5%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권
미국 정부가 중국향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하자,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초경질 재료 등 민간·군수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양국의 신경전이 또 다시 시작되면서 국내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올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중 중국향 매출 비중은 30% 수준으로, 반도체 국가별 매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중국 상무부는 3일 기자와 문답 형식의 글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중국산 갈륨, 게르마늄 등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밝혔다. 상무부는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모든 국가 또는 지역의 조직이나 개인은 법률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게르마늄은 고성능 컴퓨터 반도체,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로 쓰이며, 갈륨은 반도체 등의 전송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화합물 제조에 필요한 물질이다.
중국의 조치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추가 수출 통제 발표 하루 만에 나왔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중국향 반도체 수출 규제 품목은 HBM3E(5세대)·HBM4(6세대) 등 최선단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자칫 중국 수출길이 막히지 않을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까지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규모는 1150억달러다. 이 중 중국향 반도체 수출이 385억달러로 전체의 33.5%에 달한다. 이는 대만(14%)·미국(7%)향 반도체 수출 규모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대부분 HBM을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일부 사양이 낮은 HBM을 중국에 수출하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작은 것으로 안다"며 "전체적으로 한국 기업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트럼프 2기 출범 전부터 대 중국 반도체 규제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상을 요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범용 반도체 중국 수출이 제한되는 것을 막아줄 것을 요구했다.
유재희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국내 업체가 중국으로 반도체를 수출하는 품목이 AI 개발용 최선단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정부에 각인시켜 수출 통제 압박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미 정부의 수출 규제 품목이 범용 반도체로도 이어지면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규모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중국향 최선단 HBM을 수출 규모가 크지 않다며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어선 안된다"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수출 통제가 중국향 범용 반도체로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 까지 대비하며 미 정부에 협상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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