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시끄러운 여권 내부는 물론 이탈표를 기대하는 야권에서도 기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서울여성정치아카데미 1기 개강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정당이고 의견이 다양할 수 있다"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을 모호함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전략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오는 10일 예정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두고 한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당초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은 지난달 28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파 갈등이 벌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이탈표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로 판단,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거쳐 재표결 시점을 늦췄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현 상황을 일종의 지렛대로 삼고 나섰다.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당원게시판 논란과 결부해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취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줄을 이었다.
한 대표가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할 만큼 이탈표가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아직까지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민주당의 대여 공세가 거세지는 만큼 분열을 멈추고 대야 투쟁에 당력을 모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계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친한계의 전략적 모호성을 직격하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한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 108명 전원이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기권해야 한다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에 선을 그었다.
앞서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탈표 방지를 목적으로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은 채 명패와 빈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집단 기권에 나서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한 대표는 "그런 편법을 동원할 경우 국민이 크게 비판하지 않겠나"라며 "한 번 아이디어 차원에서 떠올려본 이야기 아닌가 싶은데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없지 않냐"고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서울여성정치아카데미 1기 개강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