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편집국장
![[이규화 칼럼] 한국에서 피해자는 `왕`](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402102269660001[1].jpg "[이규화 칼럼] 한국에서 피해자는 `왕`")
최근 대법원이 5·18 피해자 800여명에게 정신적 피해 배상으로 43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한 판결은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는 왕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5·18 피해자와 유족들은 이미 5·18특별법에 의해 국가로부터 충분히 보상받았다. 뿐만 아니라 국가공무원 시험, 대학 입시 등에서 다양한 특혜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정신적 피해 배상을 요구해 결국 승소했다.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라는 위치가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들이 받는 보상 및 배상 금액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천안함 장병이나 화재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다 순직한 소방관에게 지급되는 보상 금액의 몇 배에 달한다. 이게 과연 공정한가. 무엇이 정당한 보상이고 무엇이 과도한 요구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 같은 우리 사회 피해에 대한 물질적 과잉 동정은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압사 사고에서도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는 해난 사고였다. 불법적 선박 개조, 과적, 항해 실수 등이 겹친 비극이었다. 그러나 당시 야당과 일부 좌경단체들은 정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여론을 형성했고, 이는 박근혜 정권을 향한 정치공세로 비화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르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는 주요한 단초의 하나가 됐다.
세월호 유족들은 '부당한 정부'에 맞서는 전사처럼 포장되었고, 희생자는 순국선열에 준하는 이미지로 승격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유족들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됐다. 국가를 상대로 끊임없는 비난을 퍼붓고 보상을 요구했다. 이는 심심한 애도의 차원을 넘어, '피해자가 왕'이라는 인식으로 발전한 현대사 첫 사건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2022년 이태원 압사 사고에서 재현됐다. 이 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군중 밀집으로 발생한 참사였지만, 세월호의 전례를 따른 일부 정치 세력과 시민단체들은 정부에 과도한 책임을 물으며 정치적 논란으로 발전시켰다. 물론 당국이 책임을 모면할 순 없다. 그러나 희생자 유족들은 과도하게 국가와 당국에 화살을 돌렸고, 결국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국가로부터 수억원의 보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세월호 학습효과다.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 권리가 될 순 없다. 피해는 애도해야 하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적정선을 넘어선 과도한 요구와 특권화는 온당하지 않다. 다수 국민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 피해자 유족들이 마치 국가유공자처럼 행동하며 끝없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금지하는 특권층이 되고자 함이라 볼 수 있다.
5·18, 세월호, 그리고 이태원 피해자와 유족들의 행태에는 공통된 심리가 존재한다. 자신들은 부당한 국가권력의 희생양이며, 그 때문에 피해 구제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도덕적 우위까지 점하려 한다. 이러한 태도에 이제 다수 국민들은 "해도 너무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
피해자가 '왕'으로 군림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자유이고 정당하지만, 이를 통해 대(對)국민·대국가 무제한적 권리를 갖겠다는 행위는 부당하다. 앞으로 사회적 비극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선례가 반복된다면 우리는 '국가유공자 코스프레'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평범한 근로노동을 통해 생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신적 건강을 해친다.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면, 피해호소 과잉을 억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가로부터 구속받길 싫어하고 자유를 외치면서도 자기 의지로 행하다 입은 피해는 왜 국가가 배상하라고 주장하나. 이중적이지 않나.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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