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과 관련,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속도 조절론을 제기했다. 당초 국민의힘과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으나 돌연 부정적 입장으로 돌변한 것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3일 '당내에서 해당 법안 처리를 늦추자는 의견이 나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을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와 검토하는 과정"이라며 "법을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간첩죄 적용 확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법안의 연내 처리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간첩죄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은 한시가 시급한 일이다.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인 북한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인이나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 국내에서 간첩죄를 저지르거나 산업스파이 활동을 해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다. 지난 6월25일 중국인 유학생 3명은 드론을 띄워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 핵추진 항모 루즈벨트함을 불법 촬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지를 방문한 당일이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찍은 것으로 보이는 미 핵추진 잠수함 스프링필드함·항모 니미츠함 등 한미의 군사시설 사진 수백장이 발견됐다. 입건된 3명 중 한 명은 2021년 5월 중국의 한 대학에서 '우수 공산당원'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중국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조직적으로 행동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간첩 활동이 명백한데도 '적국'인 북한을 위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간첩죄를 적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2018년 중국과 일본에 군사기밀을 팔아넘긴 군무원은 간첩 활동을 했지만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간첩죄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지만, 군사기밀 누설 혐의는 10년 이하 징역 등에 그친다. 반면 중국은 지난 5월 한국 교민이 중국 회사 근무 당시 반도체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반간첩법을 적용, 구속했다. 미국과 일본 등도 적국뿐 아니라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도 처벌하는 법을 두고 있다.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북한)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히는 형법 제98조 개정안은 이미 지난달 13일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 제1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 제동을 건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지적처럼 중국 눈치를 보거나, 민노총이나 민변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민노총 전직 간부 3명은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등 중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추경호 국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중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군사기밀을 유출하더니 이재명의 민주당은 군사·산업 기밀 해외 유출을 간첩죄로 다스리는 데 반대한다"면서 "도대체 민주당의 정체성은 대한민국 정당이 맞긴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이나 민노총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면 민주당이 간첩죄 확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첩을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형법 제98조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설] `간첩죄 확대` 돌연 반대 민주당… 중국 눈치보기 아닌가](//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402102369058001[1].jpg "[사설] `간첩죄 확대` 돌연 반대 민주당… 중국 눈치보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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