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종료된 가운데 의료계는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군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고 밝혔다.
계엄사령부가 제시한 시점인 48시간은 12월 5일 23시로, 이때까지 진료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계엄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이었다.
대통령이 '파업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은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엄포한 것을 두고 의료계는 '파업한 병원이 어디있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황당한 조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부분은 올해 2월 병원을 떠났고 지난 6월에 사직서가 수리됐다. 사직 전공의 절반 가량은 의료 기관에 취업한 상태다. 이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계엄령에 대한 입장을 내고 "사직한 의료인은 과거의 직장과의 계약이 종료되었으므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다"며 "따라서 해당 항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언급된 파업 중인 의료인과 관련, 현재로선 사직 전공의로서 파업 중인 인원은 없다는 것을 계엄사령부에 밝힌다"며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은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니 절대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말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도 같은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 1호에 언급된 '전공의 포함 파업중인 의료인'에 대한 근무명령에 관해 사직 전공의로서 파업중인 인원은 없다는 것을 계엄사령부에 밝힌다"며 "국민 혼란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현장은 계엄상황에서 정상 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사들은 소위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이같은 일을 10개월째 당하고 있다"면서 "근거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강행하는 '의료개혁', 지금 당장 멈추고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상황에서 새출발 하여햐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강 위원장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중에서 의료진의 파업 복귀와 위반시 계엄범에 의해 처단한다는 항목을 공유면서 "2025년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을 '처단한다?' 처단당해야 할 것은 이런 말을 하는 자입니다"라고 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며 "제가 돌아갈 곳은 없습니다. 이번 비상 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들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치료할 것입니다.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을 철회하고 2026년 정원 동결 등을 재논의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대통령의 계엄시도에 대해 "울고 싶은데 차마 혼자 울지는 못해서 뺨 때려달라고 애걸 복걸한 꼴"라며 "오늘부로 레임덕은 데드덕이 됐다. 의료농단의 유일한 해법은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라고 적었다. 의사 시민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또한 부정한 권력을 폭력으로라도 지켜보려는 파렴치한 행위이며 반민중적 반민주적 정권임을 스스로 밝히는 용서할 수 없는 폭거다. 우리는 윤석열정권의 비상계엄을 거부한다"고 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후 "상황이 정상화된 만큼 직원분들은 동요하지 말고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책임과 의무를 다해달라"며 "취약계층 보호와 필수의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입장만 남겼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