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만에 선포된 비상 계엄에도 국민들은 실시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카페 등에 관련 영상과 소식을 공유했다. 이는 통신 3사와 부가통신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덕분이다. 계엄령 선포시 국가 주요 인프라인 통신망 통제도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는 법적, 기술적 근거가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데 막대한 법적, 사회적 저항이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법안을 살펴보면, 계엄법은 국가 비상사태 시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일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는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엄사령관은 그 조치내용을 미리 공고해야 한다.
언론, 출판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만큼 신문법 등에 포함된 인터넷 신문을 포함한 모든 언론 매체가 통제될 수 있다. 전두환 정권 시절 '땡전뉴스'로 시대로 회귀하듯 신문사, 방송사가 검열을 받는 상황이 떠오른다. 현시점은 44년 전과 달리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포털사 통제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국내에서 발생하는 사안을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극단적인 조치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검찰의 무분별한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도 계엄 상황 같은 비상시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다수 국민들은 검열 우려로 텔레그램, VPN 등 '디지털 망명'을 떠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엄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가 될 수 있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연습도 해본 적이 없고 실제 어떤 지침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통신망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명시된 조항이 없지만, 긴급상황 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차단 대상과 범위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확대 해석을 하면 시행 가능성이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5조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전시·사변·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중요 통신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전기통신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하거나 정지할 것을 명할 수 있다. 코어망 차단 등 특정 지역의 통화나 문자, 인터넷 제한도 가능한 것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법 상으로만 보면 광범위한 조치가 가능하다"며 "민간사업자에 대해서도 동원이나 징발이 가능한 만큼 민간사업자가 통신망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 지시에 따라 통신망 차단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망 차단은 국가적 혼란을 빚을 수 있어 현실성이 크지 않지만, 이 경우 위성통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일론 머스크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는 반정부 시위 등 통신 인프라가 차단된 전세계 분쟁 지역에서 이용되고 있다. 스타링크는 SK텔링크, KT SA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체결했고, 내년 초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언론 통제 등을 막기 위해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 겸임교수는 "계엄법 등에서도 언론의 자유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지 않도록 최소화하는 부분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거주 이전의 자유 제한이나 단체 행동을 제한한 규정은 헌법에서 위임한 법을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