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R&D예산 국회통과부터
AI·단통법 폐지안 처리 불확실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도 표류
AI·단통법 폐지안 처리 불확실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도 표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로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는 양대 축인 과학기술과 디지털 분야 정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과 내각이 사의를 표명하고 국정 전반에 대한 추동력을 잃게 돼 각종 정책들이 좌초될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 유상임 장관 취임 이후 글로벌 과학기술·디지털 강국 도약을 위한 R&D 예산 확보와 입법 추진에 제동이 걸려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과기정통부는 윤석열 정부 반환점을 맞아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과 과학기술 시스템 재설계·효율화,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 디지털 인프라 혁신 및 민생 안정 등에 방점을 둔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라는 국정 대혼란을 맞아 3대 게임체인저 선도국 도약과 선도형 R&D 시스템 전환, AI·디지털을 통한 국민 체감 성과 창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등 역점 정책 추진을 위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당장 내년도 R&D 예산의 국회 통과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로 이른바 탄핵정국에 들어서면, 내년 정부 R&D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기초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R&D 예산으로 815억원을 감액한 상황에서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선도는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AI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안은 여야가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다.
오는 12일 출범 예정이었던 국가바이오위원회도 표류할 전망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민관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바이오 강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야심찬 청사진도 동력을 잃게 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으로 범부처 바이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국가바이오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계엄 선포로 인해 출범조차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AI위원회도 비슷한 상황이다. AI·디지털 혁신 성과에 대한 국민 체감과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알뜰폰 활성화 등 디지털 민생 안정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글로벌 R&D 협력과 기술산업화 추진도 제자리 걸음이 될 공산이 있다. 국제사회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인해 대한민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내년 2조2000억원 편성된 글로벌 R&D 협력이 제대로 시동을 걸 수 있을 지 우려가 나온다.
모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계엄선포 이후 해외 공동연구와 실험 수탁을 맡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걱정 섞인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을 안심시키고, 앞으로 연구 협력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메일과 전화 등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13개 단체로 구성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폭거를 규탄하며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한다"며 "독단적인 R&D 예산 삭감으로 과학기술계를 풍비박산 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한민국을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 경제발전과 안보 정상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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