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를 포함한 9개 부처는 지난 3일 민간과 군수 이중 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수출 금지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에 필수적인 요소인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초경질 재료, 흑연 등이 포함된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추가 제재에 반발해 첨단 산업에 활용되는 자국의 광물 자원 수출 제한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탄압과 봉쇄 조치는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글로벌 산업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흑연은 전자와 같은 수출 제한은 아니지만 수출 허가를 할 때 더 엄격하게 최종 사용자와 용도를 검증하겠다고 했다. 수출 허가 신청이 들어올 때 사안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더 적극적으로 수출 금지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정부와 업계는 흑연 수출 통제 강화가 한국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흑연은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재료다. 중국이 천연·인조 흑연에 걸쳐 세계 음극재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향후 실제로 특정 수출을 불허하는 사례가 나오게 되면 대체 도입선을 찾기 쉽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대부분 중국 기업들에서 음극재를 조달한다. 부분적으로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에서 구매한다.
또 포스코퓨처엠도 인조흑연과 달리 천연흑연 제품 원료는 아직 거의 전량 중국 협력사에 의존 중이다. 포스코그룹의 탈중국 음극재 공급망은 아프리카산 흑연 도입·가공 체계가 완결되는 2027년께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어서 한국의 중국 흑연 의존도는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은 2억4100만달러 상당의 이차전지 음극재용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을 수입했다. 이 중 93.7%를 중국에서 들여올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배터리업계는 세계 이차전지 산업 전반에서 중국 흑연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선택적으로 군사 전용 우려를 명분 삼아 흑연 제품 수출을 금지할 경우 공급망 불안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이 특정 미국 기업을 찍어 흑연 수출은 금지할 경우 이 기업을 최종 고객사로 둔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제조한 이차전지를 수출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또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이차전지 생산 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충했지만 흑연을 원활히 조달하지 못하게 된다면 음극재 확보 문제로 생산 규모와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중 첨단 기술 경쟁으로 인한 중국의 대미 보복에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한국 산업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대미 흑연 수출 통제 강화가 트럼프 신정부 이후 미중 관계의 향배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실제 향후 운영을 예의주시하면서 업계와 소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5일 배터리산업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과 비공개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 강화 조치 내용을 진단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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