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기업들의 경영 시계도 멈췄다. 주요 대기업들은 새벽에도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수조원대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이날 예정된 긴급 기자회견을 잠정 연기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총파업까지 예고해 비상계엄 해제에도 후폭풍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MBK는 이날 오전 9시30분 여의도 FKI타워에서 예정됐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긴급 기자간담회를 잠정 연기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예정됐던 '한온시스템 매각 3자협약 거부하는 한국타이어 규탄 금속노조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열리는 '제1회 안전문화혁신대상 시상식'에 참석 예정이었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불참을 결정했다.
삼성과 SK, LG 등 주요 기업들도 간밤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계엄 사태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LG는 새벽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비상계엄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트윈(사옥)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공지했으며, HD현대는 이날 오전 7시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각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새벽에 계엄선포가 해제돼 당장의 업무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들은 외부 미팅을 전면 취소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엄선포가 해제된 만큼 당장의 내부 동요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새벽에 이어 오전에도 부서별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만약의 사태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번 계엄선포가 수출과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자칫 외국 기업들이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거래를 취소하거나 미루는 등의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이 예상보다 확산될 우려는 여전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함께 국민의 선두에 서서 윤석열 즉각 퇴진을 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라며 윤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은 불평등 양극화 시대를 청산하고 노동존중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출발이 될 것"이라며 "퇴진 총파업을 통해 노동기본권과 민중복지가 보장되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4일 자정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