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프닝성으로 끝난 비상계엄...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402109969058001[1].jpg "[사설] 해프닝성으로 끝난 비상계엄...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만에 해제됐다.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에 국민들은 혹여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지 않을지 가슴을 쓸여내려야 했다. 천만다행으로 이번 비상계엄은 '해프닝'성으로 끝났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이상 의석수를 차지하는 거야(巨野)가 계엄령 해제를 결의하면 즉시 해제해야 되는 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무리수까지 둔 것인지 국민들에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 27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전날 오후 10시 25분께 같은 방식으로 계엄을 선포한지 6시간만이다. 윤 대통령은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발표 이후 정부는 오전 4시30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앞서 전날 비상계엄 선포 한 시간 만에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할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박 사령관은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6개항으로 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여의도에선 계엄군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건물에 진입한 상황에서 국회에 모인 의원들은 우원식 의장 주재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했고, 표결에 참여한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계엄 선포 155분 만에 가결했다. 헌법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수많은 논란과 의혹을 낳고 있다. 최대 쟁점은 헌법에 규정된 비상계엄 선포 요건에 맞느냐 하는 점이다. 헌법 77조는 '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돼있다. 지금이 과연 전시 또는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가 논란이다. 정부 측은 국무회의를 열었다고 했지만 비상계엄 선포전 국무회의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 헌법은 계엄령 선포·해제 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명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문에서 야당의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와 계속된 탄핵소추안 발의를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었다. 야당이 내년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이진숙 방통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으로 국가기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심야에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한건 도를 한참 넘는 것이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통해 세게 10위권의 대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의 망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대통령의 탈당과 내각 총사퇴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민주당은 윤 대통령 퇴진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온갖 술수를 동원했으며,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의 무력화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해프닝'으로 레임덕과 오욕을 자초하고, 결과적으로 거대 야당에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비상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정진석 비서실장 등에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왜 선포했으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국민들에 직접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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