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2시간 30분 만에 무위로
김여사 의혹 등 논란에 '무리수'
'이념 집착에 상황 오판' 분석도
윤석열 대통령은 실패가 예상되는 허술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는 3일 밤 10시 25분께 계엄을 돌발 발표했고, 이튿날 새벽 1시 국회는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했다. 사실상 2시 30분만에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법적 논리나 준비 상황에서 수많은 허점이 드러났고, 여론의 역풍에도 직면했다. '자충수'를 뒀다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이런 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여당 공천 개입 의혹과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오는 10일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앞둔 상황이 결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당원 게시판 논란 이후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돼, 특검이 성사될 가능성이 기존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김 여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법적 심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기조 아래 박영수 특검팀에서 활동했던 윤 대통령은 특검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200명 이상의 전 정권 인사를 구속시켰다.
여권 관계자는 "특검 통과로 인해 김 여사가 수사를 받고 국민적인 비판을 받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며 "거야에 의해 사실상 국정 주도권도 뺏긴 상황에서 자신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 아니였겠는가"라고 봤다. 이어 "여기에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3일 검찰에 기소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다른 관점으로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성사하려는 목적보다 여당의 예산 처리와 탄핵을 과도한 정치 공세로 몰아 부당성을 알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에서 의석 열세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충격 요법을 통해 여론전을 벌였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과정이 허술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극비리에 극소수의 참모와만 계획을 공유하는 바람에 사태가 가져올 거센 후폭풍도 계산하지 못했고, 곳곳에서 위헌 및 계엄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경찰과 군부대의 투입, 계엄 선포 시간과 방법도 엉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급 참모는 물론 대다수 국무위원조차도 계엄 선포 직전까지 이를 몰랐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계엄 선포를 위한 형식적 절차인 국무회의에도 의결 정족수만 넘길 정도의 소수만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에 '충암고 라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제기하고 있다.
이념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상황을 오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취임 후 국면마다 "반국가세력 척결"을 외쳤던 윤 대통령은 전날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도 "북한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와 2022년 10월 여당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 8·15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반국가세력"을 언급했다. 지나치게 이념 논리에 빠져 정치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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