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보험금청구권신탁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및 증권과 생명보험 계열사들이 뭉치는 '자산관리(WM) 협력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우고 있다.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이 있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발 빠르게 시장 공략에 나선 이후, 후발주자들이 맞불 전략을 펼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KB국민은행과 KB라이프생명은 각각 'KB보험금청구권신탁', 'KB 트러스트(Trust) 라이프 파트너 종신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신탁업 라이선스가 없는 KB라이프생명이 관련 상품 판매가 어렵다는 점에서, 맞춤 일반사망 보장 상품을 통한 유기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이 보험금 청구권 신탁 전용 상품으로 안전하고 체계적인 보험금 관리를 도우면서, KB라이프는 고액 가입자인 VIP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40세 남자·20년납 5000만원 가입금액 기준 17% 인하 효과가 있다. 고액 계약할 경우 보험료 할인 혜택을 줘 신탁 제도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상속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연계 상품으로 최소 가입금액을 보험금청구권신탁 조건인 3000만원으로 설계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피보험자 사망 시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 보험금을 은행 및 보험사 등 신탁사가 운용 및 관리해 사전에 지정한 방식대로 신탁 수익자(직계존비속 및 배우자로 제한)에게 지급하는 서비스다.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난달 12일부터 판매가 가능하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이, 보험사 중에선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등이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청구 대상은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에 한정하며, 재해·질병사망 등 특약 사항 청구권은 포함하지 않아 손해보험사 상품의 이용은 불가하다.
KB금융은 계열사 간 판매 프로세스를 구축했다는 점도 차별화하로 내세우고 있다. 판매 프로세스는 '보험 상품 가입 시 니즈 파악→은행 및 증권사 고객 방문 신탁 상담→보험금청구권신탁 계약 체결→신탁 보험 계약 관리 및 사후 지급'으로 총 네 단계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그룹 차원의 WM 협업 모델을 기반으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최초로 KB국민은행 및 KB증권과 보험금청구권신탁 판매 프로세스를 구축해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 계열사들도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이 같은 협력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운용하면서 하나생명이 관련 특화 보험 상품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신한금융과 농협금융도 이 방안을 논의 중이다.임성원기자 son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