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식 HD현대중공업 부사장(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
![[기고]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핵융합 기술력](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502102369058001[1].jpg "[기고]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핵융합 기술력")
열정과 끈기로 밤낮없는 연구를 이어간 결과, 4년 후 KSTAR 진공용기와 저온용기를 성공적으로 제작하여 납품하였다. 이 경험은 향후 핵융합 프로젝트 성공의 발판이 된다.
2010년 1월, HD현대중공업은 프랑스에 건설되는 KSTAR보다 약 30배 더 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진공용기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ITER의 진공용기는 9개의 섹터로 나누어 제작되는데 각 섹터의 무게가 약 400톤에 달한다. 더욱이 특수 스테인레스강 소재의 이중격벽 구조로 무려 1000개 이상의 공정이 필요한 정밀 기계 구조물이다.
이에 ITER 진공용기 제작 과정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법령 및 규정을 준수해야 했고, 모든 단계에서 ITER 국제기구 및 프랑스 원자력 규제기관의 엄격한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했다. 매 공정에서 마주하는 기술적 난관은 끊임없는 시련을 안겨주었지만,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자로서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제작에 임했다.
오랜 시간 많은 땀과 눈물, 좌절과 극복의 과정을 경험하며 우리는 핵융합 기술에 대한 심층적인 경험과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고정밀 용접기술, 역설계기술, 비파괴검사 기술, 3D 측정 기술, 구조 해석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국내외의 어떠한 핵융합 프로젝트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2016년 ITER 이사회는 유럽이 담당하던 진공용기 2개 섹터의 제작을 HD현대중공업에 추가로 맡기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핵융합 기술이 낙후되었다고 비판하던 유럽을 넘어설 정도로 우리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총 4개의 섹터를 제작하게 되었고 첫 번째 섹터를 2020년 조달 완료하였다. 그리고 올해 11월, 드디어 마지막 섹터가 ITER 건설 현장에 무사히 도착하여 장장 14년에 걸친 진공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하였다. 이처럼 HD현대중공업은 KSTAR와 ITER 사업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핵융합에너지 개발 사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영위하며 향후 핵융합 실증로 건설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물론, 핵융합 사업은 매우 긴 호흡을 요구하는 분야로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과 경험, 그리고 도전이 필요하고, 수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기존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더욱 심화할 수 있도록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주 및 수행해야 하고, 특히 핵융합 실증로와 같은 혁신형 핵융합 장치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또한, 국내 핵융합 산업의 인프라를 확장해야 하며, 어렵게 양성한 핵융합 분야의 고급 기술인력들을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중국, 미국, 영국, 일본 등 경쟁 국가를 생각하면 이러한 과제들이 더욱 긴박하고 중차대하게 다가온다. 경쟁국들 역시 핵융합에너지 실용화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일본융합에너지협의회(J-Fusion)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대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의 핵융합 관련 공급망 강화에 힘쓰고 있다.
1인당 국민 소득 60달러였던 세계 최빈국 한국을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우뚝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교육과 과학기술이었고, HD현대중공업과 같은 산업체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우리는 ITER 진공용기의 성공적인 제작을 발판으로,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핵융합 분야에서 세계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서 더더욱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도전을 계속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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