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민주주의 속 은폐된 성적 불평등](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5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민주주의 속 은폐된 성적 불평등")
캐럴 페이트먼
황정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어째서 민주주의는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이 되었을까? 이는 근대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받는 사회계약론을 둘러싼 중요한 질문이다. 교과서적 해석에 따르면 사회계약론은 '모든 시민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근대 민주주의의 토대를 세운 사상이다. 하지만 모든 시민이 실제로 그랬는지를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캐럴 페이트먼은 이러한 해석에서 오랫동안 간과돼 온 측면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계약의 주체는 과연 누구였으며, 그 속에서 여성은 어떤 위치에 놓여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그는 근대 민주주의 속에 숨겨진 성차별적 구조를 드러내 보인다.
페이트먼은 페미니스트 정치 이론을 대표하는 학자다.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정치학 교수를 지냈다. 민주주의 이론에 천착하면서 근대 계약이론을 재해석한 '성적 계약'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여성과 시민권 등에 관한 논문을 저술했고, 2006년 이후에는 인종 계약, 백인우월주의, 기본소득 등 새로운 주제로 관심을 확장했다. 이런 저술들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심대하고 포괄적인 도전으로서 페미니즘의 이론적 지평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페이트먼의 사상을 담은 이 책은 근대 민주주의가 내포한 '은폐된 성적 불평등'을 파헤친다. 루소, 로크, 홉스와 같은 초기 계약이론가들의 사상을 새롭게 읽어냄으로써, 이들의 이론이 실제로는 남성을 민주주의의 주체로, 여성을 객체로 전제한 사회구조를 뒷받침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해설한다. 오늘날 전 세계적 화두인 '동의' 개념과 '기본소득' 논의도 페미니즘 관점에서 탐구한다.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읽어내는 책이다. 독자들은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확장해 포용적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