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을 겪었던 세대들이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등 많은 국민들이 공포를 느꼈지만 끝내 반성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정 주요 인사들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가 야당의 폭주에 따른 국정마비 사태에 대응해 불가피한 시도였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을 찾은 당정 주요 인사들과 1시간 넘게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에 대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정부 관료 탄핵과 입법·예산안 강행 처리로 인해 국정이 마비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며, 국가와 헌정 질서를 수소하기 위해 비상 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도 '야당의 폭주에 맞선 경고성 조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 계엄령에 따라 국회에 군이 투입되기는 했으나 본회의 개최를 막지는 않았고, 군이 실탄은 소지하지 않는 등 실제 물리력 행사는 없었으며, 계엄 선포와 해제 전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준수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법하다고 지적하는 데 대한 반박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 대통령실은 이날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비상계엄 조치는 모두 헌법적 틀 안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국민을 혼란에 빠뜨려놓고 반성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1979년 계엄을 겪었던 586세대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군인과 경찰의 통제가 시작됐던 그 순간이 떠오른 탓이다. 한 시민은 4일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계엄을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 체감하는 바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총을 든 군인이 곳곳을 장악하고 통제하면서 억압했던 기억이 떠올라 무서웠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등 대혼란사태도 아니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예산과 탄핵을 좌지우지한다고 계엄을 선포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 같다"고 비판했다.
5·18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던 호남에서는 충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당시 신군부 세력의 주축이던 전두환이 광주에 계엄군을 투입해 독재에 항거하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기억 때문이다. 전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계엄군이 국회를 장악한 뒤, 호남으로 진격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며 "전두환 정권 때 계엄을 겪어본 세대들은 여전히 그 때의 기억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르면 5일 대국민 담화를 열고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추가 담화에서 비상 계엄 사태에 따른 국내외 혼란에 대한 의견을 밝히되 임기 중단이나 탄핵 등에 대해선 선을 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