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이 가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지난 7일 표결에는 국민의힘이 3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불성립됐다. 그러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TF'가 제시한 윤 대통령의 하야 시점에 대해 친윤계가 반발하고 윤 대통령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내년 2월 퇴진 4월 대선', '3월 퇴진 5월 대선' 등 두 가지 안을 내놨다. 그러나 탄핵으로 가는 것보다 퇴진 시점이 오히려 빠르다는 점, 탄핵의 경우 헌재에서 기사회생 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 있는데, 하야는 이 희망의 싹을 아예 잘라버린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라리 탄핵을 택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표결에 참여하는 부담을 낮춰준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탄핵 가결 가능성을 높이는 또다른 요인은 의원들의 생각과 소신에 따른 각자도생 움직임이다. 겉으로는 소신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들불같이 타오르는 탄핵 여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재섭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한다"며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초선인 김 의원은 지난 7일 탄핵 불발 후 윤상현 의원에게 '형, 나 지역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는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윤 의원이 밝혀 당내 비판을 받았다. 겉으론 소신이지만 속은 여론에 추종하는 행태를 보여준다.
김 의원과 비슷한 처지의 또 다른 의원이 김상욱 의원이다. 김 의원은 1차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는데, 2차 표결엔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비주류로서 윤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던 의원들이 '표결 참여·찬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도 탄핵 가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배현진, 안철수, 김예지, 조경태, 장동혁, 진종오 의원이 이 부류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을 표명한 의원은 8명이다. 범야권 192명이 모두 찬성한다는 전제로 여당 8명이 가세하면 탄핵소추안은 가결된다.
국민의힘의 분열상도 탄핵 가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 후임 원내대표 선거를 놓고 친윤과 친한이 대립 중이다. 친윤 중진들은 권성동 의원을 밀고 있지만,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는 비토한다. 11일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대표 축출설까지 나오는 등 양측은 일촉즉발의 갈등 중이다.
똘똘 뭉쳐도 탄핵을 막아낼까 말까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렇게 자중지란 중이다. 지난 탄핵 소추안 표결에는 원내대표의 리더십 아래 표결 불참이라는 단일대오를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원내대표도 공석이고 친윤과 친한간 갈등이 격화돼 지리멸렬한 상태다.
여기에 헌재로 가서 법리를 다퉈보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까지 겹치면서 탄핵소추안 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2차 표결 전에 윤 대통령의 하야 시점에 극적 합의가 이뤄지면 탄핵 표결은 저번과 같이 국민의힘 불참 속에 불성립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아주 작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당의 자중지란은 예고된 상황"이라며 "탄핵안이 이번엔 통과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친한·친윤 싸움도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여태까지 국민의힘은 자율적이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았고, 그러한 흐름에서 나타났던 구조적인 한계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의원 각자가 찬반에 따른 결정을 왜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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