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후 탄핵정국 여파에 한국 금융시장이 연일 긴장모드다.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에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지만 탄핵심판 절차가 길어지는 만큼 내년 초까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장에서 거래된 5년물 한국 CDS 프리미엄(마킷 기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34.4bp에서 장중 36bp대까지 치솟았다. 4일에는 소폭 진정된 35.7bp를 기록했다. 5일까지도 35.4bp였지만 6일 36.1bp까지 올랐다. 이후 36bp대를 이어가다 이날 현재 36.3bp를 기록 중이다.
원·달러 환율과 상관관계가 높은 CDS 프리미엄은 계엄 사태 후 지금까진 소폭 상승세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탄핵정국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과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은 원화 가치의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3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15시30분 기준)는 전일 대비 5.3원 오른 1432.2원을 기록했다.
CDS프리미엄뿐만 아니라 외평채 가산금리도 주목받고 있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한국 정부가 외화로 채권을 발행할 때 기준인 미국채 금리에 추가로 제공하는 금리로, 현재까지 외평채 금리 역시 큰 변화는 없다.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예금과 다른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 등을 통해 외화를 200조원 가량 확보해둔 상태다. 현재까지 은행들의 자금력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이날 기준 올해 3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조달한 외화자금은 총 209조962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 늘었다. 이에 일각에선 건전성이 충분한데도 외환자금시장 활용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붕괴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1월 기준 4154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경상수지도 올해 1~10월까지 흑자규모가 742억달러로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5%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계엄사태 후폭풍이 장기화되면 외환보유고는 3000억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대 기록은 2018년 5월 말(3989억8000만달러) 후 6년 6개월간 한 번도 없었다. 외환보유고 4000억달러가 붕괴됐다는 건 원·달러 시장을 뒤흔들 악재 중 악재다. 1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또다른 외환건전성 지표인 준비자산 대비 단기 외채 및 대외 총채무대비 단기외채 비율 역시 올 3분기 기준 각각 37.8%와 22.6%로 단기 유동성 리스크 발생할 확률도 낮은 상황이다. 다만 양호한 외환건전성 지표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수급 및 경제 펀더멘탈 그리고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은 원·달러 환율에 유리한 여건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시장 유동성 변동 사항 및 정보기술(IT) 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 등 전반적인 금융 부문 리스크를 들여다보고 있다. 계엄 당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이용자 유입량 제어에 따라 외화 환전과 송금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만큼 이번 탄핵안 폐기 이후에도 혼란이 재발할 수 있어 IT 부문과 유동성 환경을 다시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계엄 이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시장이 안정화할 때까지 조그마한 이상 조짐도 빠짐없이 선제적으로 탐지해 적극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현재까지 CDS 프리미엄을 비롯한 외환 건전성 지표는 대체적으로 양호하지만 얼마전 국내 은행주가 폭락한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CDS 프리미엄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 탄핵이 가결된다 해도 정치적 불확실성은 헌재 심판이 모두 끝나야 해소되기에 한숨 돌린 정도일뿐 불안정한 상태가 끝난 것이 아니다"며 "12월은 외국인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며 주식시장에서 '북클로징'을 하고 휴가를 가는 시기다. 실제로 이달보다 1월이 더 중요하다. 1월에도 탄핵 심판이 이어질 것이기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해야할 것이다. 정부 및 외환당국에서도 이에 맞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