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5개국 주한대사들이 내년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 정상회담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거나 미국이 한미동맹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외교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1일 '12·3 비상계엄 사태' 현안질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외교부·통일부 등 정부 인사가 모두 불참했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사실상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지금 공백 상태"라며 "미국이 한미동맹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외환시장과 한국 수출시장에 빨간불을 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금요일 주요 5개국 주한대사들이 만나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 있을 경우 경주 APEC을 포함해 국제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계엄 당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아 '윤석열 정부 사람들과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전하면서 "외교가 마비돼있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TV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처음 알았다'고 했고,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윤 대통령이 심하게 오판했다'고 비판했다"면서 "골드버그 대사는 '한덕수-한동훈' 체제가 한국 헌법에 부합하는지 물어 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김준형 의원이 언급한 주요 5개국은 영어권 5개국 정보공유 협의체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으로 추정된다. 이들 국가의 주한 대사들은 지난 6일 모임을 갖고 비상계엄 이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APEC 거부 움직임과 관련해 외교부 측은 "정부는 2025년 APEC 의장국으로서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예정대로 의장국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9∼11일 APEC 2025 심포지엄과 비공식 고위관리회의를 예정대로 개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의장수임 활동을 개시했다"면서 "고위관리회의에는 APEC 회원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으며 우리 개최에 대한 지지와 기대감을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등 전쟁 중인 국가까지 한국에 여행자제 권고를 내린 것을 문제 삼았고, 같은 당 이재강 의원은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방조하는 등 국지전을 유발해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