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칼럼]`자기 사람만 쓴다` 비난받아온 尹, "자기 사람은 없었다"

입력: 2024-12-11 15:52 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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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서 비판을 많이 받아온 것 중 하나가 인사였다. '자기 사람'을 쓰는 경향은 역대 대통령이 다들 그러했지만 정도가 지나쳤던 것이다. 고교 및 서울법대 동창, 검찰 특수통, 심지어 김건희 여사의 측근 등으로 요직을 채웠다. 국민들은 과연 공정과 상식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뜬금없는 '비상계엄' 사태를 초래, 윤 대통령이 스스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져든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이런 인사 실패다. 하지만 자기 사람만 쓴다는 비난을 받아온 윤 대통령에 정작 자기 사람은 없었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나 비상계엄 사태에 깊숙히 간여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충암고 동문이다. 검찰 특수본부장인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현대고 출신이지만,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기도 하다. 박 본부장은 경찰이나 공수처보다도 발빨리 윤 대통령 수사에 나선 인물이다.

이처럼 '심복'들을 주변에 앉혔지만 정작 '탄핵정국'에서 윤 대통령을 위해 나선 사람은 드물었다. 장관들은 물론 군에서조차 말이다. 김용현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포고령에 대한 법률 검토 과정'과 관련한 질문에 "윤 대통령이 직접 검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에 최종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대부분의 장관들이 계엄 찬성 여부에 입을 닫고 있다. 혹시라도 내란죄 공범으로 처벌될까 두려워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임명장을 준 군 장성들도 너도나도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김 전 장관이나 윤 대통령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2·3 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됐던 군은 육군특수전사령부의 직할 특수부대인 707특수임무단(특임단)이다. 국가급 대테러 특수부대로, 전시나 준전시 상황에는 국가적 차원의 극비 임무를 비롯해 각종 특수작전을 수행한다. 유사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북한군 수뇌부에 대한 참수작전 임무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2·12 쿠데타 당시 1등 공신이었던 1공수 여단장 박희도가 1981년 4월 사령관 직할부대인 707특수임무대대를 창설했다.

그런데 김현태(대령) 707특임단장은 현역 군인 신분인데도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707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신 코를 훌쩍거리며 불법 군사행동에 가담하게 된 배경과 특전사령관의 지시 내용을 폭로했다.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했다. 707특임단과 함께 국회에 동원된 1공수 여단장은 국회 국방위 질의 도중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 장악 작전을 지휘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계엄 해제 직후 군 장성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항의 방문을 하자,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해 잘못을 부인하고 오락가락 진술을 번복했다. 하나같이 상관을 탓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라. 의결정족수가 안 됐다"는 지시를 했다고 윤 대통령에 결정타를 안겼다.

모름지기 최정예 부대의 대표라면 상관의 불법 명령을 거역하는 등 군인 본분에 맞는 행동에 나섰어야 했다. 그런데 명령을 따른 후 나에겐 책임이 없다는 사람뿐이다. 군의 신뢰와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의 12·12 쿠데타에선 정병주 특전사령관이나 그를 호위하다 총격을 받고 사망한 비서실장 김오랑 소령은 쿠데타에 온몸으로 저항했다. 그의 군인정신이 부럽다.

난파선에서 먼저 내리려는 측근들의 이런 '배신' 또한 윤 대통령이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누구 탓을 할 게 아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국정에서 유능하고 공정한 인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